항생제·간질치료제 등...전세계 하천 '약물 오염' 위험 수위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2-16 15:21:28
  • -
  • +
  • 인쇄
1052곳 채취 지역 가운데 오염 안된 지역 2곳뿐
하수처리 미비한 저소득국일수록 오염농도 높아



전세계 주요 하천과 강들이 항생제와 간질치료제 등의 의약품 약물에 대부분 오염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요크대학교의 존 윌킨슨(John Wilkinson) 박사 주도로 127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진행된 연구에서 물고기와 야생동물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농도의 의약품 약물(API)이 검출된 하천과 강이 전세계 조사대상 258곳 가운데 25%에 달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전세계 104개국에 있는 258개의 강을 따라 1052곳에서 샘플을 채취해 61가지 약물의 농도를 측정했다. 이전 연구는 서유럽과 북미에 집중됐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까지 포함했다. 샘플 채취지역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은 4억7000만명에 달했다. 

샘플 조사결과, 대부분의 강에서 물고기와 야생동물에게 유해한 약물이 최소 1가지 이상 검출됐다. 강물이 약물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지역은 단 2곳뿐이었다. 바로 아이슬란드(채취지 17곳)와 베네수엘라의 야노마미 원주민 마을(3곳)이다. 

가장 많이 검출된 약물은 항경련제(AED)의 일종인 '카바마제핀',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카페인'이었다. 카바마제핀은 단순 및 복합성 부분 발작, 삼차신경통, 양극성 정동 장애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간질치료제다. 샘플을 채취한 지역 가운데 500곳에서 이 3가지 약물이 모두 검출됐다.

또 조사대상 지역의 19%가 항생제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 항생제는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켜 생태순환 방식으로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면 약물 효과가 떨어져 추후 치료가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대학이 주도한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9년에만 12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했다.

약물 오염도가 높은 지역은 하수처리 시설이 미비해 약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저소득층 국가에 집중돼 있었다. 파키스탄의 라호르(Lahore), 볼리비아의 라파스(La Paz),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누적 농도가 가장 높은 곳 가운데 상위 10%에 들었고 영국 글래스고와 미국 댈러스도 상위 20%에 들었다. 다만 최신식 폐수처리장도 약물을 완벽하게 분해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약물은 사람, 가축에 사용된 후 하수도를 통해 배출되거나 일부 제약공장에서 누출되면서 강물을 오염시킨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 복용한 항생제 성분의 30%~90%가 다시 몸밖으로 배출된다. 방글라데시의 한 채취지역에서는 검출된 항생제 메트로니다졸 수치가 안전기준을 무려 300배 넘어선 것으로 나왔다. 이는 제약공장에서 강으로 방류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존 윌킨슨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을 비롯한 단체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한다"며 "의약품 오염은 환경과 인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개인정보 유출' 쿠팡 수천억 과징금 맞나...SKT 사례보니

쿠팡이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생겼다.2023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법 위

기후/환경

+

동남아 홍수·산사태로 1100여명 희생...원인은 '기후변화·난개발'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가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현재까지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2

英, 모잠비크 가스전 11.5억달러 지원 철회...기후위기 위험 때문?

영국이 11억5000만달러, 우리돈 약 1조687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원금을 철회했다. 1일(현지시간) 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남극 오존층 구멍이 작아지고 있다...6년來 최저 크기

남극 오존층 구멍이 최근 6년 내에 가장 작게 형성됐다.1일(현지시간) 유럽의 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남극 오존

[날씨] 칼바람에 한반도 '꽁꽁'...3일 체감온도 -12℃로 '뚝'

2일 한반도로 유입된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최강한파가 찾아오겠다.이날 아침 중국 북부에서 확장된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탄소제도 공유하는 국제연합 출범..."각국 운영경험 교류협력 기구"

전세계 규제기반 탄소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연합체가 공식 출범했다.1일(현지시간) 미국 E&E뉴스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메탄 뿜뿜하는데...캐나다 '가스플레어링' 규제 '뒷짐'

캐나다 앨버타주가 석유·가스 시설의 가스플레어링 단속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1일(현지시간) 월드에너지뉴스(Wor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