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육류, 살모넬라·장구균 급증…항생제내성 변종도 검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07 1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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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류·돼지·소·가축사료까지...살모넬라 인판티스 양성반응
영국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에서 장구균 슈퍼버그 검출


영국에서 닭고기·돼지고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육류제품에서 항생제내성 살모넬라균 변종 및 장구균이 검출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비영리언론기구 BIJ(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와 가디언(Guardian)이 입수한 검사결과 살모넬라균, 장구균에 감염된 육류제품이 증가했다. 특히 일부 검사에서는 일명 '슈퍼버그'라고 불리는 항생제내성균도 나왔다. 생육 및 가공육을 비롯한 소고기, 돼지고기, 동물사료도 박테리아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북아일랜드 농림부(Daera) 기록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육류제품 및 기타상품 검사결과 최소 114회에 걸쳐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2020년과 2021년 닭고기 생육 검출량이 급증했으며 일부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축사료로 사용되는 곡물까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가금류 시장의 30%를 공급한다. 특히 항생제내성 변종인 살모넬라 인판티스(salmonella infantis)가 영국 내 양계장에서도 발견돼 영국에서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균은 가축의 내장에서 발견되며 주로 사료, 부화장 또는 도축장에서 분변을 통해, 혹은 도축 및 가공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사람이 감염될 경우 대부분 항생제 없이 회복되나 종종 약물치료가 동원될 정도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유아와 노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 가운데 살모넬라 인판티스는 2000여종이 넘는 전체 살모넬라균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변종은 일부 EU 가금류산업 일부에서 확산됐으나 영국 농장에서는 지금껏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 동식물보건청은 이번 검사결과에 대해 "일단 한 국가에 유입되면 매우 빠르게 해당 국가의 생산사슬에 확산되고 정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공중보건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약 400명의 사람들이 살모넬라 인판티스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Daera 기록에 따르면 감염된 육류 및 사료의 일부에서 항생제내성이 있는 살모넬라 변종이 발견됐다. 2020년에는 9개의 가금류 제품과 1개의 돼지고기 품목, 1개의 사료 품목에서 항생제내성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2021년 영국 식품기준청이 실시한 별도의 검사에서도 동일한 균이 나왔다.

감염된 제품의 70%는 플루오로퀴놀론계(Fluoroquinolones) 항생제인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에 내성을 보였다. 심각한 식중독 치료제로 사용되는 플루오로퀴놀론은 한때 영국의 양계장에서 널리 사용됐으며 지금도 국제적으로 가금류 생산에 사용되는 중요한 항생제다. 해당 감염제품의 생산처 중에서는 영국과 아일랜드, 헝가리가 언급됐다.

BIJ는 슈퍼버그 변종을 포함한 살모넬라균이 2019년과 2020년 북아일랜드의 양계장에서 4차례에 걸쳐 발견됐고, 2013년 이후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양계장에서, 그리고 2021년 헤리퍼드셔(Herefordshire)에서 2차례를 포함해 최소 5차례 이상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헤리퍼드셔에서는 10만마리 이상의 감염된 닭들이 도살 처분됐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의 감염 닭은 도살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살모넬라균을 보유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살모넬라 인판티스는 여타 살모넬라균과 달리 규제 변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감염체를 도살할 법적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Daera는 2020년 살모넬라균이 증가했음을 확인하고 "지난 10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살모넬라 인판티스의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항균내성 수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당국은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국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돼지고기 제품에서는 장구균 슈퍼버그가 검출되었다. 장구균은 요로 및 상처감염을 유발하는 균으로 심각하면 혈류, 심장, 뇌까지 감염시킨다.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는 페라사이언스(Fera Science)에 의뢰해 돼지고기 제품 103개에서 항생제내성 장구균의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검사제품의 10% 이상이 항생제내성균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감염된 제품에는 레드트랙터(Red Tractor) 보증제품 및 RSPCA 보증제품, 심지어 항생제 사용량이 현저히 적은 유기농제품까지 포함됐다.

보고에 따르면 레드트랙터 보증제품 22개, RSPCA 및 유기농제품 27개, 그리고 보증라벨이 없는 제품 27개를 포함한 103개 제품 중 25개 제품에서 장구균 박테리아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가운데 2개를 제외한 모든 샘플에서 적어도 하나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장구균이 검출됐고 13개 제품이 항생제 반코마이신(vancomycin)에 내성을 보였다. 일부 장구균 샘플은 플루오로퀴놀론, 마크로라이드 등 의료에 중요한 약물에도 내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개는 레드트랙터 제품, 4개는 무보증 제품, 2개는 유기농 및 RSPCA 제품이다. 전체 검사품목 중 보증라벨이 없는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영국산 제품이다.

글리코펩티드(glycopeptide) 계열의 반코마이신은 가장 심각한 감염을 치료하는데 사용돼 '최후의 수단' 항생제로도 불린다. 그러나 글리코펩티드 아보파르신은 1997년 EU가 이를 금지하기 전까지 가축을 빠르게 살찌울 목적으로 농장에서 널리 사용됐으며, 아보파르신 금지 이후에도 축산업에서 다른 항생제들이 사용되면서 가축이 보유한 박테리아들이 글리코펩티드 내성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 랭(Tim Lang) 영국 런던대학 식품정책명예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육류 산업에서 항생제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일침했다.

이번 검사결과에 대해 영국 자선단체 토양협회(The Soil Association)는 글리코펩티드가 유기농업에 사용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협회 측은 반코마이신 내성균이 유기농제품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해당 균이 물 공급을 포함한 다른 환경에서 농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항생제내성균은 세계 최대의 공중보건위협 중 하나로, 유럽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항생제내성균이 확산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농업 및 축산업에서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2016년 영국 정부는 매년 슈퍼버그로 전세계 70만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1000만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초 EU는 건강한 동물에게 항생제 투여금지 규정을 강화했다. 영국은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 질병의 확산방지에 뒤쳐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촉발시켰다. 영국 양계업계는 지난 10년간 연간 항생제 사용량을 크게 줄였으나, 여전히 전세계 항생제의 절반 이상이 동물에게 사용되고 있어 항생제내성균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업 및 축산업에서 약물사용을 줄여야할 것으로 촉구되고 있다.

축산업계 항생제 사용을 관할하는 영국 수의약국은 성명을 통해 "동물에게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국내법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고기를 완전히 익히면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육류제품은 냉장보관하고 요리 후 손과 칼, 도마 등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관리가 감염의 위험을 줄인다고 강조했다. 로빈 메이(Robin May) 영국 식품기준청 과학고문 또한 "좋은 위생과 조리 관행이 지켜지는 한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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