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민연금연구원은 'ESG 투자에 관한 논쟁과 정책동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ESG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반(反)ESG 정책동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ESG 투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첫째 ESG 투자가 전통적 방식에 비해 일관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둘째 ESG 투자 활동이 실질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논점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연금연구원의 이같은 주장이 눈길을 끈 것은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ESG 투자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던 데다 ESG 관점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들과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ESG 투자에 관한 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에는 형식적으로는 ESG 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및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등)가 마련돼 있다. 투자자인 국민의 자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로서 투자한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에 관여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도 도입돼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말 따로, 현실 따로'였다는 데 있다.
그렇다 보니, 국회에서는 국민연금이 공시한 책임투자 자산 중 대부분이 무늬만 ESG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은 'ESG 워싱'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살펴봐야 하는 항목 중 하나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다. 국민연금은 이 또한 형식적인 제도의 틀을 갖춰놓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에 이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의 도입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이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구소의 진단이다.
그 결과가 석탄투자 세계 3위, 석탄채권투자 세계 5위라는 '오명'이다(기후솔루션).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채점' 결과다. 주주권 행사와 경영 관여 활동이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권 행사의 경우 반대 의결권 행사가 양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며 기업 경영에 대한 관여도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SG 투자의 현주소가 부진하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 의지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 점은 반가운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말 세종시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강화를 주문하며 "주주로서의 권한을 심하게 행사하면 국가 자본주의가 되니 그건 안되지만 최소한의 통제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도 다음날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책임투자 원칙의 강화와 ESG 원리의 적용 그리고 필요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 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내놓은 이 방안은 현행 제도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행 절차를 점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공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수탁자 책임 이행시의 고려 사항에 환경과 사회를 추가해 ESG 요소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쳐가려는 노력에 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ESG 투자가 앞으로 지향해나가야 할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를 선도적으로 실행해온 해외 투자자들의 모범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목해볼 기관은 해외 연기금들이다.
대표적 기관은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 이 기관은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NBIM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도 적극적이다. 기후리스크를 부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 69개 기업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는가 하면 기후리스크가 큰 44개 기업에서는 아예 투자금을 빼기도 했다. 또 가치사슬에서 탄소배출이 많거나 물리적 기후 및 자연리스크가 큰 기업들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환경 이슈에 대해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연기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보폭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기후행동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화석연료 기업인 엑슨모빌의 이사회 전원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으며 일본 공적연금인 GPIF와 네덜란드 연금자산 운용기관인 APG는 경영 관여를 위해 수백 개 기업과 투명한 대화를 실시했다. 또 PFZW 등 유럽의 주요 연기금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의 ESG 정책 후퇴에 반발해 블랙록에서 자금을 회수했다.
ESG를 중시한 투자는 이들 연기금 외에도 글로벌 투자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있다. 모닝스타가 고객 자산을 모아 운용하는 연기금 등 자산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탁자 책임의 맥락에서 ESG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61%에 달했다. 또 77%가 스튜어드십 코드가 ESG 실행에 중요하다고 답변했고, 39%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경영 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BNP 파리바 조사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기관투자가들이 탄소 집약적 자산을 매각하면서 저탄소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투자자들은 이같이 ESG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목소리로 높은 수익률을 들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투자 성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국민연금과는 대조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ESG 투자는 앞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로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주는 것을 물론 기업에 대한 관여를 통해 ESG 경영이 뿌리내리게 하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이젠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의 단계로 들어설 여건이 성숙해졌다는 판단이다. 국민연금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야 하겠지만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에서도 ESG가 투자의 본류를 형성해나가야 할 시점이 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