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GS풍향계] ESG요소 강화하는 해외연기금들...우리는?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6-02-02 12:33:35
  • -
  • +
  • 인쇄

지난해 4월 국민연금연구원은 'ESG 투자에 관한 논쟁과 정책동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ESG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반(反)ESG 정책동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ESG 투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첫째 ESG 투자가 전통적 방식에 비해 일관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둘째 ESG 투자 활동이 실질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논점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연금연구원의 이같은 주장이 눈길을 끈 것은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ESG 투자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던 데다 ESG 관점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들과 상당한 거리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ESG 투자에 관한 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에는 형식적으로는 ESG 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및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등)가 마련돼 있다. 투자자인 국민의 자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로서 투자한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에 관여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도 도입돼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말 따로, 현실 따로'였다는 데 있다.

그렇다 보니, 국회에서는 국민연금이 공시한 책임투자 자산 중 대부분이 무늬만 ESG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은 'ESG 워싱'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살펴봐야 하는 항목 중 하나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다. 국민연금은 이 또한 형식적인 제도의 틀을 갖춰놓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에 이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의 도입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이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구소의 진단이다.

그 결과가 석탄투자 세계 3위, 석탄채권투자 세계 5위라는 '오명'이다(기후솔루션).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채점' 결과다. 주주권 행사와 경영 관여 활동이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권 행사의 경우 반대 의결권 행사가 양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며 기업 경영에 대한 관여도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SG 투자의 현주소가 부진하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정책 의지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 점은 반가운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말 세종시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강화를 주문하며 "주주로서의 권한을 심하게 행사하면 국가 자본주의가 되니 그건 안되지만 최소한의 통제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도 다음날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책임투자 원칙의 강화와 ESG 원리의 적용 그리고 필요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 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내놓은 이 방안은 현행 제도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행 절차를 점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공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수탁자 책임 이행시의 고려 사항에 환경과 사회를 추가해 ESG 요소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쳐가려는 노력에 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ESG 투자가 앞으로 지향해나가야 할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를 선도적으로 실행해온 해외 투자자들의 모범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목해볼 기관은 해외 연기금들이다.

대표적 기관은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 이 기관은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NBIM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도 적극적이다. 기후리스크를 부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 69개 기업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는가 하면 기후리스크가 큰 44개 기업에서는 아예 투자금을 빼기도 했다. 또 가치사슬에서 탄소배출이 많거나 물리적 기후 및 자연리스크가 큰 기업들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환경 이슈에 대해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연기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보폭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기후행동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화석연료 기업인 엑슨모빌의 이사회 전원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으며 일본 공적연금인 GPIF와 네덜란드 연금자산 운용기관인 APG는 경영 관여를 위해 수백 개 기업과 투명한 대화를 실시했다. 또 PFZW 등 유럽의 주요 연기금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의 ESG 정책 후퇴에 반발해 블랙록에서 자금을 회수했다.

ESG를 중시한 투자는 이들 연기금 외에도 글로벌 투자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있다. 모닝스타가 고객 자산을 모아 운용하는 연기금 등 자산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탁자 책임의 맥락에서 ESG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61%에 달했다. 또 77%가 스튜어드십 코드가 ESG 실행에 중요하다고 답변했고, 39%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경영 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BNP 파리바 조사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기관투자가들이 탄소 집약적 자산을 매각하면서 저탄소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투자자들은 이같이 ESG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목소리로 높은 수익률을 들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투자 성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국민연금과는 대조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ESG 투자는 앞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로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주는 것을 물론 기업에 대한 관여를 통해 ESG 경영이 뿌리내리게 하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이젠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의 단계로 들어설 여건이 성숙해졌다는 판단이다. 국민연금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야 하겠지만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에서도 ESG가 투자의 본류를 형성해나가야 할 시점이 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 최남수서정대 교수 nschoi@seojeong.ac.kr  다른기사보기
  • 현 서정대 교수/더이에스지연구원장/전 YTN 대표/ 전 MTN 대표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금융 지속가능보고서, 美LACP 뱅킹부문 ESG경영 '대상'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세계적인 권위의 '2024/25 LACP 비전 어워드' 뱅킹 부문 대상(Platinum)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 공시'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5년동안 말만 무성했던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ESG 공시

정부의 설익은 '전환금융'…고탄소 배출기업들 '대략난감'

정부가 지난 25일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전환금융'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정작 전환금융의 구체적 규모와 세부 집행계획을

대한항공 1년새 '운항 탄소배출' 42만톤 줄였다

대한항공의 '운항 탄소배출량'이 1년 사이에 42만톤 줄었다. 42만톤은 승용차 1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운항 탄소배출'은 항공기 연

LS머트리얼즈, 글로벌 ESG 평가 '실버' 등급 획득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ESG 평가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실버 등급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

삼성전자 '자원순환' 확장한다..."태블릿과 PC도 재활용 소재 사용"

삼성전자는 갤럭시S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워치와 태블릿PC, 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1가지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3월 11일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길어진 알레르기 시즌…꽃가루 기간 최대 41일 증가

기후변화로 식물의 성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알레르기 시즌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6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기

'폭염 직후 가뭄' 기상패턴 40년새 6배 증가...농작물 직격타

폭염 이후 곧바로 가뭄이 이어지는 현상이 최근 수십 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최근 중국과학원과 미국 네브래스카대 공동

기상청·금감원·한은 '2026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기상청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협력해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기후 스트레스 테스

온난화, 10년새 2배 빨라졌다..."2030년 이전에 1.5℃ 상승"

최근 10년 사이 지구온난화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팀은 자연 요인을 제외한 인간활동이 일으키

국민 53.5% "정치 견해 달라도 기후공약 좋으면 투표"

우리나라 국민 53.5%는 정치 견해가 달라도 기후공약이 좋으면 투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 72.2%는 2040년 석탄발전소 폐지에 대해 찬성

녹색전환(K-GX) 세부과제 만드는 '범정부 실무반' 가동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의 청사진 'K-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의 세부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범정부 실무반이 본격 가동됐다.정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