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 중 76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8명은 상속농지 면적 상한선보다 많은 농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1대 국회의원들의 농지소유현황'을 공개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농가의 48%는 경지가 없거나 0.5ha 이하를 소유하고 있다.
농지는 헌법의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위탁경영이 불가능하다. 농지를 상속받았다 해도 1헥타르(ha·1만㎡)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만약 1ha 이상의 농지를 상속받고 이를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실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농지를 소유한 국회의원은 국민의 힘의 한무경 의원(11.5ha)이고, 무소속 박덕흠 의원(3.52ha)과 더불어민주당의 임호선 의원(2.05ha)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농지 가액이 가장 높은 의원은 국민의힘의 강기윤 의원(15억800만원)이고, 그 뒤를 국민의 힘 이주환 의원(9억9600만원)과 같은당 정동만 의원(9억4900만원)이 이었다.
평당 100만원 이상 농지를 소유한 국회의원은 국민의 힘 박성민 의원(평당 가액 360만원)과 같은당 이주환 의원(997만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138만원), 같은당 이용빈 의원(546만원) 등 4명이다. 실제 경작을 하는 농지의 평당 가액이 7~8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해당 농지는 투기목적으로 농지 전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구와 동떨어진 지역의 농지를 소유한 의원도 적지않다.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박덕흠 의원(무소속)은 강원 홍천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고, 서울 도봉구 갑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인천 강화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원도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이철규 의원(국민의힘)은 경기 남양주, 서울 강남구 병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은 부산 강서구에 소재한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정당별 농지 소유현황을 보면 국민의힘이 가장 많은 면적과 가액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국회 의석수와 비교해도 국민의힘 농지소유 규모가 매우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적지 않은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실련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농지 전용이 이뤄져 문제가 심각하다"며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이 구현되도록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경실련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고 취득경위와 이용실태를 조사해 투기가 의심되는 의원은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이 요구한 구체적 정책 의견으로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및 농지의 비농업적 사용 금지를 위한 농지법 개정 △농지 관련 정책결정 과정에서 농지투기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 배제 △농지취득 경위와 이용계획 명시 규정 추가 △농지 이용실태를 관리하는 '농지통합정보관리시스템' 구축과 '농지관리기구' 설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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