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달렸으면...."공매도와 싸우자" 뭉치기 시작한 동학개미들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39:10
  • -
  • +
  • 인쇄
美게임스탑 사태 이어 국내도 조직적 '반 공매도 운동'
공매도 불신은 기관·외인의 과욕과 당국의 방관 탓
'게임스탑'이 촉발한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간의 전쟁이 미국 주식시장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 공매도 재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일 '반 공매도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공매세력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한투연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레딧 월스트리트베츠'의 한국판인 '케이스트리트베츠' 사이트를 만들 것"이라며 "대표적 공매도 피해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대가 연합해 공매도와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하며 향후 공매도가 집중된 다수 상장사 주주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사진=연합뉴스)

월스트리트베츠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으로, 게임스탑 공매도 전쟁이 시작된 곳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 토론방에 결집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탑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에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들은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이른바 '게임스탑발 공매도 전쟁'이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도 최근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는 사기"라는 의견을 밝히며 개인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게임스탑'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 맞서서 승리하면서 개인과 공매도간의 전쟁은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 시장마다 공매도가 많은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의 부동산 회사 유니베일-로담코-웨스트필드, 일본의 라쿠텐과 피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도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주식 관련 사이트 종목토론방에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동학개미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가 대표적으로 공매도가 많은 종목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금액 비중이 4.83%로 코스피에서 최고다. 에이치엘비는 6.57%로, 코스닥에서 1위다.  한투연은 이 종목들의 주주들과 연합해 공매도 척결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렇다면 공매도는 왜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을까.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허용한 이유는 '증시에 버블이 형성되면 결국 언젠가는 참여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공매도가 있으면 펀더멘탈과 관계없는 이상급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당국이 내세우는 '공매도의 순기능'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매도는 시장에서 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매도가 시장안정은커녕 오히려 특정세력의 이익추구를 위해 악용되고, 이로 인해 개미들만 피해를 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매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해야 할 금융당국은 오히려 이를 방치하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커져만 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 중국 임상에 실패했다는 루머로 주가가 떨어졌다.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공매도 세력의 소행으로 보고 전쟁을 선포했다.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수사 의뢰, 주식병합 등 셀트리온은 공매도에 맞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셀트리온은 코스닥의 공매세력을 피해 코스피 이전까지 감행했지만 여전히 공매도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뚝하면 터지는 악성루머와 근거없는 지라시로 피해를 보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와 연관성을 찾아내고 처벌할 의지가 없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내부거래를 활용한 공매도로 수익을 얻은 한미약품 사태, 공매도한 주식을 갚지 못했는데 과태료 징계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골드만삭스 사태 등.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악의 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은 끊임없이 터졌다.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개인투자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는 제도상의 허점과 자신들의 수익에 눈이 멀어 불법과 편법을 자행해온 공매도 세력 그리고 불법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금융당국의 책임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매도를 3월에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투연은 "공매도 재개전 반드시 100% 전산화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도입하고 1개월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을 적발해야 한다"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공매도 금지는 1년간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