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불신은 기관·외인의 과욕과 당국의 방관 탓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일 '반 공매도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공매세력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한투연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레딧 월스트리트베츠'의 한국판인 '케이스트리트베츠' 사이트를 만들 것"이라며 "대표적 공매도 피해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대가 연합해 공매도와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하며 향후 공매도가 집중된 다수 상장사 주주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베츠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으로, 게임스탑 공매도 전쟁이 시작된 곳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 토론방에 결집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탑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에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들은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이른바 '게임스탑발 공매도 전쟁'이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도 최근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는 사기"라는 의견을 밝히며 개인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게임스탑'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 맞서서 승리하면서 개인과 공매도간의 전쟁은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 시장마다 공매도가 많은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의 부동산 회사 유니베일-로담코-웨스트필드, 일본의 라쿠텐과 피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도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주식 관련 사이트 종목토론방에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동학개미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가 대표적으로 공매도가 많은 종목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금액 비중이 4.83%로 코스피에서 최고다. 에이치엘비는 6.57%로, 코스닥에서 1위다. 한투연은 이 종목들의 주주들과 연합해 공매도 척결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렇다면 공매도는 왜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을까.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허용한 이유는 '증시에 버블이 형성되면 결국 언젠가는 참여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공매도가 있으면 펀더멘탈과 관계없는 이상급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당국이 내세우는 '공매도의 순기능'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매도는 시장에서 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매도가 시장안정은커녕 오히려 특정세력의 이익추구를 위해 악용되고, 이로 인해 개미들만 피해를 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매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해야 할 금융당국은 오히려 이를 방치하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커져만 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 중국 임상에 실패했다는 루머로 주가가 떨어졌다.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공매도 세력의 소행으로 보고 전쟁을 선포했다.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수사 의뢰, 주식병합 등 셀트리온은 공매도에 맞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셀트리온은 코스닥의 공매세력을 피해 코스피 이전까지 감행했지만 여전히 공매도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뚝하면 터지는 악성루머와 근거없는 지라시로 피해를 보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와 연관성을 찾아내고 처벌할 의지가 없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내부거래를 활용한 공매도로 수익을 얻은 한미약품 사태, 공매도한 주식을 갚지 못했는데 과태료 징계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골드만삭스 사태 등.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악의 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은 끊임없이 터졌다.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개인투자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는 제도상의 허점과 자신들의 수익에 눈이 멀어 불법과 편법을 자행해온 공매도 세력 그리고 불법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금융당국의 책임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매도를 3월에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투연은 "공매도 재개전 반드시 100% 전산화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도입하고 1개월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을 적발해야 한다"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공매도 금지는 1년간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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