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접착제'의 기막힌 변신...재활용 93%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4 12: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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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접착제 원료를 고분자 화합물로 다시 구현
플라스틱 식기류나 일회용 플라스틱 대체 가능
▲초강력 접착제로 만든 식기류 (사진=보이시주립대학교)


초강력 순간접착제가 플라스틱 그릇이나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접착제로 만든 플라스틱 용기들은 재활용도 가능해 플라스틱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보이시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석유에서 뽑아낼 필요도 없고 다른 생활폐기물과 섞여있더라도 원료로 되돌리기 쉬운 초강력 접착제 원료물질로 만든 '폴리에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polyethyl cyanoacrylate·PECA)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초강력 접착제는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1942년 코닥사의 연구원 헨리 웨슬리 쿠버가 총기 조준경에 사용할 투명 조준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때 개발된 '에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ethyl cyanoacrylate·ECA)는 심하게 끈적거리고 지나치게 쉽게 굳는 바람에 실패한 소재로 여겨졌지만, 6년뒤 접착제로서의 상업성이 재발견되면서 최초의 초강력 순간접착제로 널리 팔리게 됐다.

연구팀은 이점에 착안해 쿠버의 연구를 발전시켰다. 쉽게 굳는 성질은 ECA가 분자길이가 짧은 단량체였기 때문인데, ECA의 분자 길이를 늘려 고분자 화합물인 PECA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초강력 접착제를 아세톤과 소량의 황산화메틸(DMSO)과 섞으면 ECA처럼 순식간에 굳어 쉽게 부러지지 않고, 접착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성질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PECA를 흔히 '타파웨어'로 알려진 식품 저장용 용기와 같은 재질의 폴리에틸렌 주형틀에 넣으면 주형틀에 들러붙지 않고 그대로 굳게 된다. 굳어진 PECA 덩어리를 미열에 20~30분 가열한 뒤 식히면 더 안정되고 단단한 형질로 바뀌게 된다. 연구팀은 PECA로 플라스틱 그릇이나 식기류를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접착제, 아세톤, DMSO 등 원료들의 값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PECA는 성형성이 높아 다양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다 (사진=보이시주립대학교)


특히 연구팀은 순환경제 차원에서 폐기물을 배출하는 일을 최소화한 폐쇄형 자원순환망에 가까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초강력 접착제를 이루는 단량체 ECA의 경우 반응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PECA로 만든 제품을 21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하면 ECA가 기화하면서 분리된다. 이렇게 다시 기본 구성 원료인 단량체 ECA로 돌아가 수거되는 재질의 비중은 93%에 달한다.

다만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라마니 나라얀 화학공학과 교수는 "아세톤과 같은 잔여물들이 기화하면서 대기중으로 유출될 수도 있고, 미세플라스틱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ECA의 주재료인 클로로아세트산과 시안화나트륨 인체의 건강에 안전한 물질이 아닐 뿐더러 환경적으로 해롭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저자 앨리슨 크리스티 보이시주립대학교 대학원 보조연구원은 "플라스틱을 당장 없애기는 불가능하다"며 "지구상에 플라스틱 제품은 83억톤에 달하고, 이 가운데 79%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그대로 매립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폴리스티렌 재질로 이뤄져 분해가 어려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6%를 차지한다"며 "PECA를 활용하면 일회용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6%만큼이라도 재활용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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