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신생아 2000명이 사라졌다. 병원에서 출산된 기록은 있는데 아직까지 출생신고가 안돼 있는 영유아들이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병원의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돼 있는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더니 미신고 영유아가 20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기간에 출생신고된 영유아는 261만3000여명이다.
감사원은 미신고 사례 가운데 약 1%인 20여명을 선별해 복지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실제로 아이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경기도 수원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 2명을 살해하고 집 냉장고에 보관한 30대 여성 A씨 사건이 터졌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집에 데려와 목졸라 살해했다. 또 이듬해인 2019년 11월에도 병원에서 낳은 아기를 병원 근처에서 목졸라 살해했다. 아기들의 시신은 집 냉장고에 4년7개월씩이나 보관해왔다. A씨는 남편과의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이미 3자녀를 두고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아기들의 시신을 집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자백한 A씨를 지난 21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아기를 낳자마자 살해했다"며 "남편에게는 낙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씨는 "아내가 임신한 사실은 알았지만, 아기를 살해한 줄은 몰랐다"며 "낙태를 했다는 말을 믿었다"고 말해 체포되지는 않았다.
표본 20여명 가운데 혐의가 발견된 것은 A씨뿐만이 아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성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B씨도 형사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B씨는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생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에서 아기를 데려간다는 사람을 찾게 돼 그에게 아기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외 표본으로 선정된 다른 영유아들 역시 보호자들이 연락받지 않거나 현장 방문을 회피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과 같은 범죄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감사원은 나머지 1900여명에 대한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산부인과 등 병원에서 출산할 경우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 주민등록법상 부모가 출생 1개월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기간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 5만원만 부과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들의 생사여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음에도 이에 대한 법적 의무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대책 발표 당시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 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행정부담과 책임소재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고, 해당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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