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깔 2개로 진입만 못하게 막았어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전에 도로를 통제하지 못한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침수의 원인이 미호천교 공사현장의 제방유실 때문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인재'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궁평 제2지하차도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급작스레 쏟아진 하천수로 완전히 침수됐다. 당시 이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와 트럭 등 차량 16대는 순식간에 들어간 물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겨버렸다. 17일 오전까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비롯해 13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지하차도에 아직 침수돼 있는 차량이 12대여서 앞으로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살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생존자들은 지하도로 난간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들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고 당시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는 쉴새없이 쏟아지는 흙탕물을 헤치며 지하도로를 간신히 빠져나온 차량이 있는가 하면, 반대방향 도로에서는 계속해서 차량이 지하도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생사가 갈린 것이다.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쏟아진다는 것은 진작부터 예보됐다. 궁평 제2지하차도 인근에 있는 미호강은 15일 새벽 4시1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30분 홍수 '심각'에 이르렀다. 이에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전 8시40분 미호천교 인근에 있는 미호강 제방이 무너져 하천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만약 정부가 지하차도 교통을 통제하는 등 사전에 철저히 대비만 했더라면 이같은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침수사고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주관하는 미호천교 가설공사에서 미호강 제방을 허물었던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민 하존용(71)씨는 "미호천교를 새로 지으면서 다리 끝부분과 겹친 기존 제방 40m가량을 허물어 포크레인 등 공사차량 등이 이동하는 통로로 사용하다 얼마전 임시로 제방을 설치했다"며 "이번에 붕괴된 제방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장마가 예보되자, 행복청이 허물어버린 제방에 모래로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이 제방의 높이가 기존 제방보다 턱없이 낮았다는 것이다. 이 임시제방은 폭우로 불어난 유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고, 뚝이 무너지면서 미호강에서 400m가량 떨어진 지하도로까지 하천물이 유입됐다.
정찬교(68) 궁평1리 전 이장은 "유실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 미호강 제방은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임시로 쌓은 둑은 30㎝ 밑까지 물이 출렁였다"며 하 씨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어 그는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쯤 문제가 된 임시 제방을 둘러봤는데 굴삭기 1대가 주변의 모래를 긁어모아 둑을 쌓고 있었다"며 "이렇게 엉망으로 제방을 쌓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한 잠정 피해현황에 따르면 사망자는 궁평 지하차도 사망자 13명을 포함해 40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19명, 충북 16명, 충남 4명, 세종 1명이다. 실종은 9명(부산 1명, 경북 8명), 부상자는 경북 17명 등 3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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