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층 아파트에 내걸린 'SOS'...갇혀있던 노인을 살렸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1-30 11:53:23
  • -
  • +
  • 인쇄
▲아파트 대피공간에 갇혀있던 노인이 SOS라고 쓴 종이 (사진=연합뉴스)

2평 남짓한 대피공간에 20시간이나 갇혀있던 노인이 종이로 쓴 'SOS'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시무렵,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매달려있는 밧줄을 본 한 시민이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에게 현장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이 사진을 본 경찰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출동했다.

순찰차 3대에 나눠타고 급히 현장으로 출동한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종이가 걸린 고층을 올려다봤지만, 밖에서는 몇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경찰관 일부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고, 동시에 나머지는 15층부터 세대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곧바로 응답했으나 28층 세대만 여러 번 누른 초인종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28층 세대주가 누군지 확인했고, 집주인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관들은 집주인 아들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안방과 화장실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집안을 수색하던 도중 주방 안쪽에서 "여기요. 여기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 났을 때 대피하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고장 나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고장난 방화문 손잡이를 부수고 들어갔더니 2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에 속옷 차림의 70대 A씨가 서 있었다.

혼자 사는 A씨는 전날 오후 5시에 환기하려고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문이 잠기는 바람에 20시간 넘게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휴대폰도 없이 갇혀있던 A씨는 주변에 있던 검은색 상자와 칼을 이용해 'SOS'라는 글자를 만들어서 줄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었다. 또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하면서 불빛을 구조요청을 했다.

이번 사례는 지난 29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소개되며 두달만에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출동한 임용훈(55) 도화지구대 4팀장은 2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출동 지령을 받고 처음에는 누군가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며 "33년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며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웃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쿠팡 물류센터 50대 근로자 사망...쿠팡 산재로 번질까 '화들짝'

연일 35℃에 달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연합

기후/환경

+

아마존 보호해제...브라질 '콩 모라토리엄' 19년만에 중단

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콩 모라토리엄'을 19년만에 중단하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브라질

'나무' 심는 지역에 따라 온도 낮추는 '냉각효과' 다르다?

열대지방에 나무를 심으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수 및 기후완화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우주 태양광' 무탄소 전력의 대안?..."유럽 재생에너지 80% 대체 가능"

정지궤도 위성에서 수집한 태양광(SBSP)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유럽지역 재생에너지의 80%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우주 태양광'이 무

트럼프,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 강제 재가동...비용은 소비자몫

재생에너지를 배척하고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폐쇄 예정이던 석탄발전소를 강제로 재가동시켰다.20일(현지시간

경기도 시군과 기후위기 공동대응 위해 ‘기후소통 한마당' 개최

경기도가 시군과 기후위기를 공동대응하기 위해 22일 '기후소통 한마당'을 개최했다. 기후위기 대응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기후정책 실행력 제고 방안

되살아난 태풍 '링링' 日 규슈 강타...우리나라 영향은?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던 제12호 태풍 '링링'이 세력이 되살아나 일본 남쪽지역을 강타하기 시작했다.일본 기상청과 현지언론에 따르면 '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