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대보초 해역 400년만에 '최고 수온'...하얗게 죽어가는 산호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8 15:01:48
  • -
  • +
  • 인쇄


기후위기로 호주의 산호초 군락지인 대보초 인근 해역의 수온이 400년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하면서 산호가 소멸위기에 근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벤저민 헨리 교수연구팀은 올 1~3월 세계 최대 산호 군락인 호주 대보초 해역의 수온이 1900년 이전 평균치에 비해 1.73℃ 높았고, 이는 적어도 407년 안에 가장 높은 온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대보초 산호의 골격 표본을 채취해 화학적 구성 변화를 토대로 1618~1995년 대보초 해역의 수온 변화를 측정했다. 산호는 환경조건만 맞으면 수백년을 넘게 살 정도로 수명이 길다. 이 데이터에 1900~2024년 인간이 직접 해수온도 측정기기를 활용해 얻어낸 수온기록을 결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산호가 수온상승으로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1~3월의 온도 추이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1618~1900년 중반까지 대보초 해역의 해수온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1960~2024년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본격화되면서 1~3월 해수온도는 10년에 0.12℃ 꼴로 지속적으로 늘었고, 1998년부터 대보초에서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백화현상은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가 수온 상승으로 떠나거나 죽으면 나타난다. 보통 산호 덮개의 10% 이상이 표백될 경우 백화현상으로 규정한다. 백화현상이 일어나도 산호는 일정 기간 생존하지만 지속되면 성장이 더뎌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결국 폐사하게 된다. 대량 폐사 전에 수온이 내려가야 수생생물들이 돌아와 산호들이 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백화현상은 해수온도 상승으로 점차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대보초에서 처음 벌어진 대규모 백화현상은 2002년에 또다시 발생한 뒤 한동안 잠잠했지만, 이후 2016년, 2017년, 2020년, 2022년에 이어 올 3월에도 벌어지는 등 지난 10년새 5번이나 벌어졌다. 1900년대 이전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2016~2024년 대보초 해역의 1~3월 수온 상승폭은 1.5℃에서 1.73℃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1618~2024년 1~3월 대보초 해역 평균수온 상승폭 추이. 점이 붉을수록 현재, 푸를수록 1618년에 가깝다. 2024년으로 가까이 올수록 상승폭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네이처)


이에 따라 연구팀은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약속한대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더라도 전세계 산호의 70~90%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호 군락이 형성한 산호초는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릴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크다. 바다 생물의 4분의 1가량이 산호초에 기대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를 만들어 기후위기 대응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산호초와 연관된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수천만명에 달해 경제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연구에 참여한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오브 회그 굴드버그 교수는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에 7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에서 "호주 대보초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호주 대보초 뿐 아니라 다른 전세계 산호 생태계도 위험에 처해있어 1.5℃ 목표에 따른 탄소저감 목표는 최소한의 조처로, 반드시 이행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 7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쿠팡·마켓컬리·SSG, 6월 '녹색소비주간'에 친환경 제품 기획전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이 6월 한달동안 환경부가 인증한 녹색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기획전을 진행한다.이를 위해 환경부는 27일 오후 서울 은평

LG전자, 바다생물 되살리는 해양비료 '마린글라스' 실증사업 진행

LG전자가 해양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리 소재의 해양비료 '마린 글라스'(Marine Glass)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서울대학교 블루카본

하나금융, 산불 피해지역 나무 기부하는 '걸음 캠페인' 진행

하나금융이 산불 피해지역에 나무를 기부하는 '걸음 기부캠페인'을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일상 속 걷기를 생활화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국민 '기업 호감도' 3년째 상승...74%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필수"

기업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감도가 3년째 상승하고 있다. 기업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수

쿠팡, 박대준 단독대표 체재로 전환...AI 물류혁신에 '속도'

쿠팡이 강한승, 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고 26일 밝혔다. 박대준 대표는 쿠팡(주)의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된다.박

일동제약 청주공장 '스마트생태공장' 된다..."온실가스 220톤 감축 기대"

일동제약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시행하는 '2025년도 스마트생태공장 구축사업'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스마트생태공장 구축사

기후/환경

+

美 역대 최악의 더위 닥친다...기후취약 도시들 '각자도생'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관련 예산과 인력을 대폭 삭감한 올해 전례없는 더위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다.2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초중고 70% "환경교육 부족"…미래세대가 바라는 환경정책은?

다가오는 기후위기를 직접 마주할 미래세대인 청소년 10명 중 7명은 환경교육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환경재단 산하 어린이환경센터는

기후변화로 '사람 잡아먹는' 곰팡이 퍼진다

매년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곰팡이균이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컴

플라스틱 조각 얼마나 먹었길래...바닷새 몸속에서 '바스락' 소리

호주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몸속에 쌓여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바닷새들이 또 발견됐다.해양 플라스틱을 연구하는 어드리프트 랩(Adrift Lab)은 23

청계천 복원 20년…'쉬리'가 돌아왔다

서울 청계천에서 2급수 이상의 깨끗한 하천에만 서식하는 '쉬리'가 발견됐다.국립중앙과학관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총 20종의

대선 후보 '기후공약' 첫 TV토론...탄소감축 방안 '극과극'

대통령선거 TV토론에서 처음으로 기후와 환경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