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1조원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에서 생산된 현대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만약 예외없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미국 현지 생산물량이 적은 제네시스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2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7만5003대 판매했다. 이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GV70(전동화+내연기관) 기종 약 2만9000여대를 제외하면 4만6000대가 관세대상이다. 이는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의 61.3%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부과에 대해 24일(현지시간) "며칠 내로 결정하겠다"는 언급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세율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감안하면 세율은 25%로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지금까지 무관세로 수출했던 현대자동차는 갑자기 25% 관세를 물게 된 셈이다.
지난해 약 2만4300여대 판매된 GV80과 이외 제네시스 모델들의 현지 출고가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미국에서 생산된 GV70 모델을 제외한 매출액은 약 28억4800만달러(약 4조1860억원) 정도다. 여기에 25%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약 7억1200만달러(약 1조467억원)를 관세로 내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가 달성한 순이익 13조2299억원의 8% 비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미국에서 지난해 약 17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70만대는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된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26일 준공되면 30만대를 더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능력은 연간 100만대로 늘어난다. 또 현대차는 HMGMA의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해 현지 생산능력을 총 120만대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그런데 120만대의 생산체제 기반을 확보하더라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제네시스의 관세를 피할 방법이 없어 현대차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대당 판매단가가 높다"면서 "그만큼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라인인데..."라며 우려했다.
다만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관련된 기자 질문에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국가와 품목이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미국에 역대급으로 투자하는 현대차를 관세품목에서 제외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발언 전문을 보면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대해 관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현대차는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현대차는 미국 내에서 압도적인 성장력을 보이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더불어 고수익 차종으로 자리잡고 있는 제네시스의 가격 정책을 변동하긴 어렵기 때문에 현지생산으로 관세리스크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품목에 제네시스 모델을 추가할 것을 시사했다. HMGMA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등 전기자동차 2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조의 벽을 넘어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해외 생산확대전 국내 공장의 고용안정과 설비투자 확대, 부품산업 육성 등 '일감 유지'를 선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만약 현대차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 물량을 미국 현지로 돌리려면,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국내 고용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노조 입장에서는 제네시스 생산기지 이전을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현대자동차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지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