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정경대(LSE)는 최근 연례 기후소송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이후 전세계에서 제기된 약 3000건의 기후관련 소송 가운데 기업의 감축계획에 대한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동안 기업의 배출권 활용이나 탄소상쇄를 둘러싼 소송이 수십건 제기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원고 승소 또는 합의로 마무리됐다. 법원은 특히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이 실제 배출 저감인지, 아니면 구매한 배출권을 통한 보상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의 에너지기업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최근 자사 마케팅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인정하고 고객에게 사과했다. 이 회사는 탄소상쇄로 자사 전력이 '탄소중립'이라고 홍보했지만, 호주 학부모 단체가 제기한 소송 이후 해당 광고 문구를 철회했다. 이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탄소상쇄 마케팅을 둘러싼 승소 사례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주민 2명이 천연가스 회사 NW내추럴을 상대로 탄소상쇄 프로그램 '스마트에너지'를 비판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대형 낙농장의 메탄가스를 줄인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주 소비자법을 위반한 허위광고라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도 관련 소송이 확산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캔디 회사 카트예스가 자사 젤리를 '기후중립' 제품으로 광고한 것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카트예스는 생산 과정에서 직접 감축하지 않고 배출권을 구매해 탄소상쇄를 했지만, 광고에서 이를 명시하지 않아 패소했다.
일부 사례는 탄소상쇄 신뢰성 자체를 문제삼는다. 작년 미국에서는 탄소상쇄 사기로 최소 3건의 형사소송이 제기됐다. 이 중 하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프로젝트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전직 상쇄 사업 관계자가 기소됐다.
보고서의 연구진은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유통되는 다수의 배출권이 실제 감축 효과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발표된 기업기후책임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있어 상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기후소송은 고소득 국가의 마케팅 문구만을 다루지 않는다. 탄소배출권 사업이 실제로 시행되는 남반구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올초 케냐 이시올로 지역 주민들은 자치 공유지에 설정된 보전지구가 사전 동의 없이 조성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주민 측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업은 메타, 넷플릭스, 영국항공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토양탄소상쇄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에서는 파라주 정부와 환경자산공사(Caapp)를 상대로 탄소배출권 사업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연방검찰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1억8000만달러 규모의 해외온실가스감축사업(REDD+) 기반 사업은 지역사회 절차 누락과 생태계 훼손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LSE는 이번 보고서에서 "법원은 이제 정부와 기업이 기후 행동을 '하는지'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함께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넷제로 이행에 있어 법적 기준 설정의 핵심 주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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