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6 12:09:34
  • -
  • +
  • 인쇄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정경대(LSE)는 최근 연례 기후소송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이후 전세계에서 제기된 약 3000건의 기후관련 소송 가운데 기업의 감축계획에 대한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동안 기업의 배출권 활용이나 탄소상쇄를 둘러싼 소송이 수십건 제기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원고 승소 또는 합의로 마무리됐다. 법원은 특히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이 실제 배출 저감인지, 아니면 구매한 배출권을 통한 보상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의 에너지기업 에너지오스트레일리아는 최근 자사 마케팅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인정하고 고객에게 사과했다. 이 회사는 탄소상쇄로 자사 전력이 '탄소중립'이라고 홍보했지만, 호주 학부모 단체가 제기한 소송 이후 해당 광고 문구를 철회했다. 이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탄소상쇄 마케팅을 둘러싼 승소 사례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주민 2명이 천연가스 회사 NW내추럴을 상대로 탄소상쇄 프로그램 '스마트에너지'를 비판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대형 낙농장의 메탄가스를 줄인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주 소비자법을 위반한 허위광고라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도 관련 소송이 확산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캔디 회사 카트예스가 자사 젤리를 '기후중립' 제품으로 광고한 것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카트예스는 생산 과정에서 직접 감축하지 않고 배출권을 구매해 탄소상쇄를 했지만, 광고에서 이를 명시하지 않아 패소했다.

일부 사례는 탄소상쇄 신뢰성 자체를 문제삼는다. 작년 미국에서는 탄소상쇄 사기로 최소 3건의 형사소송이 제기됐다. 이 중 하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프로젝트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전직 상쇄 사업 관계자가 기소됐다.

보고서의 연구진은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유통되는 다수의 배출권이 실제 감축 효과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발표된 기업기후책임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있어 상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기후소송은 고소득 국가의 마케팅 문구만을 다루지 않는다. 탄소배출권 사업이 실제로 시행되는 남반구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올초 케냐 이시올로 지역 주민들은 자치 공유지에 설정된 보전지구가 사전 동의 없이 조성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주민 측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업은 메타, 넷플릭스, 영국항공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토양탄소상쇄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에서는 파라주 정부와 환경자산공사(Caapp)를 상대로 탄소배출권 사업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연방검찰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1억8000만달러 규모의 해외온실가스감축사업(REDD+) 기반 사업은 지역사회 절차 누락과 생태계 훼손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LSE는 이번 보고서에서 "법원은 이제 정부와 기업이 기후 행동을 '하는지'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함께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넷제로 이행에 있어 법적 기준 설정의 핵심 주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1년새 '운항 탄소배출' 42만톤 줄였다

대한항공의 '운항 탄소배출량'이 1년 사이에 42만톤 줄었다. 42만톤은 승용차 1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운항 탄소배출'은 항공기 연

LS머트리얼즈, 글로벌 ESG 평가 '실버' 등급 획득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ESG 평가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실버 등급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

삼성전자 '자원순환' 확장한다..."태블릿과 PC도 재활용 소재 사용"

삼성전자는 갤럭시S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워치와 태블릿PC, PC 등 모든 모바일 기기에 1가지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3월 11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3차 상

녹전연 "ESG 공시는 스코프3 포함시켜 법정공시로 시행해야"

2028년 자산 30조원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인 'ESG 공시'에 대해 '법정 공시'가 아닌 '거래소 공시'로 우선 도입하고, 공급망 배출을 관리할 수 있

롯데-HD현대 '대산 석화공장' 합병 승인...고부가·친환경으로 사업재편

산업통상부가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합병을 승인했다. 산업통상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

기후/환경

+

파나마의 변심...가까스로 합의한 '해운 탄소세' 무산되나?

도입이 1년 연기됐던 선박의 '해운 탄소세'가 미국의 압박에 의해 완전히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핵심 해운국인 파나마가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해운의

美 서부의 '젖줄' 마른다...콜로라도강 수량 20% 감소에 '데드풀' 직면

미국 서부의 핵심 수자원인 콜로라도강의 수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2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콜로라도강 유역의 연

[주말날씨] 평년보다 '따뜻'...건조·큰 일교차 지속

이번 주말은 평년보다 기온이 오르며 일교차가 크고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지겠다.남부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겠지만, 수도

아마존 '지구의 허파' 옛말됐다...2023년부터 탄소배출원 전환

'지구의 허파' 역할을 했던 열대우림 아마존이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이미 탄소배출원으로 전환됐다는 진단이다.독일 막스플랑크 생지구화학연구소를

교육부, 2030년까지 국공립 학교 4378교에 태양광 설치

정부가 2030년까지 국공립 초·중등학교 4378교에 단계적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확충한다. 학교 전기 사용량·요금 증가 부담에 대응하는 한편

기후위기에 '인공강우' 주목하는 국가들..."만능해결책 아냐"

극단적 가뭄을 겪는 지역이 늘어나고 물부족이나 대기오염이 발생하는 국가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공강우'(클라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