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크롬 ESS' 상용화 기대...에너지 효율 개선기술 개발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2 14: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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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무트의 크롬 반응 속도 향상과 부반응 억제 효과 (자료=유니스트)

폭발 위험은 없고 저렴한 차세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철-크롬 레독스 흐름전지'의 성능을 끌어올린 기술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처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에 안전하고 저렴한 비상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은 전극 표면에 비스무트(Bi)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철-크롬 레독스 흐름전지에서 크롬의 반응 속도를 10배 이상 높이고, 동시에 기생 부반응을 억제해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다고 2일 밝혔다.

철-크롬 레독스 흐름전지는 전기 저장물질인 철과 크롬이 녹아 있는 수용액을 별도 탱크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전극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충·방전이 이뤄지는 차세대 배터리다. 휘발성 전해질 대신 물을 써 폭발 위험이 낮은데다 철과 크롬은 저렴하고 매장량도 풍부해, 다른 금속 기반 레독스 흐름전지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

문제는 크롬의 낮은 반응성과 부반응이다. 크롬의 반응이 낮은 탓에 더 높은 전압을 걸어 배터리를 충전해야 했고, 수소 생산 부반응은 충전 시 저장되어야 할 전자를 부반응을 일으키는 데 소모하게 만든다. 충전으로 저장한 에너지 중에서 실제로 꺼내쓸 수 있는 에너지 비율이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낮아지게 된다.

연구팀은 전극에 비스무트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비스무트가 크롬의 산화·환원 반응은 빠르게 만들어주는 반면, 수소 발생 반응은 오히려 억제하는 '선택적 반응 조절자' 역할을 하는 덕분이다.

실제 실험 결과, 비스무트 코팅이 전용된 전지는 500회 이상의 충·방전 실험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평균 75.22% 수준으로 유지했다. 일반적인 철-크롬 레독스 흐름전지는 수백 회 충·방전을 거치기 전에 에너지 효율이 40%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크롬의 반응 속도 상수도 기존 전극보다 약 10배 증가했다. 또 수소 발생 부반응이 크게 줄어, 충전 시 투입된 전자가 실제 배터리 반응에 사용되는 비율인 쿨롱 효율도 99.29%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 선택적 반응 조절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후보 금속군인 비스무트, 인듐(In), 주석(Sn)을 먼저 선별한 뒤 이를 실제 전극에 코팅해 비교 분석했으며, 그중 비스무트가 반응 속도 개선과 부반응 억제 측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현욱 교수는 "철-크롬 흐름전지의 상용화를 가로막던 낮은 반응성과 부반응 문제를 전극 코팅이라는 간단한 공정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대용량 ESS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개인연구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1월 7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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