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어떻게 기억을 유지할까?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18:38
  • -
  • +
  • 인쇄
카이스트 정원석 교수 연구팀 규명
우리의 뇌는 어떻게 기억을 유지하는 것일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런 궁금증을 국내 연구진이 풀어냈다.

▲정원석 카이스트 교수
정원석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박사팀과 공동으로 성장한 뇌에서 습득된 정보가 어떻게 기억되는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통해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5일 삼성전자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이번 연구는 뇌·인지과학 연구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됐다.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뇌에서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존 시냅스는 사라지고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된다. 그러나 어떻게 기존 시냅스가 사라지고, 시냅스가 사라지는 현상이 뇌의 기억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정원석 교수팀은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교세포 가운데 숫자가 가장 많은 '별아교세포'가 뇌 발달시기에 시냅스를 제거한다는 자신들의 기존 연구결과에 착안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신경교세포'는 뇌에서 뉴런을 도와 뇌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신경교세포는 '별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는 이 세포들 중 '미세아교세포'가 주로 시냅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연구팀은 성장한 생체의 뇌에서도 '미세아교세포'보다 '별아교세포'가 더 활발하게 시냅스를 제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형광 단백질을 이용한 분석법을 적용했다. 즉 '미세아교세포'는 그대로 둔 채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지 못하도록 억제했더니 뇌에 비정상적인 시냅스가 급증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라는 기존 학설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별아교세포'도 시냅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로 규명한 것이다. 즉 '별아교세포'가 뇌 신경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새롭게 발견한 방식을 검증했다. 그 결과 유전자 변형을 통해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작용을 억제한 생쥐에서는 불필요한 시냅스가 제거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됐다. 시냅스가 제거되고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에 별아교세포가 미치는 영향이 뇌가 기억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인 것을 생쥐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을 조절하게 할 수 있다면 자폐증, 조현병, 치매 등 뇌 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박 박사팀은 한국연구재단 뇌원천기술개발사업,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연구 분야 육성·지원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기초과학, 소재, ICT 분야에서 지원할 과제를 선정하고,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지정테마 과제 공모'를 통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기술 분야를 지정해 해당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