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이색운동'...'플로깅'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2 09: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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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강변에서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숲과 산처럼 다양한 코스를 빠르게 달리는 것을 '트레일 러닝'이라고 부르고, 도심의 핫플레이스를 달리는 것을 '시티런' 그리고 늦은 밤 달리는 것을 '나이트 러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달리다가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았다가 다시 달리는 행동을 반복한다. 무엇을 하는지 가까이 가봤더니, 그들은 달리다가 '쓰레기 줍기'를 하고 있었다.

일명 '줍깅' '쓰줍'이라고 불리는 '플로깅'(Plogging)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플로깅'이란 무엇인가

'플로깅'은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말한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몸을 구부리는 동작이 마치 이삭을 줍는 것과 비슷해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ka upp)과 '조깅'(Jogging)이 합쳐서 '플로깅'이 됐다.

'플로깅'은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돼 점차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플로깅 인증샷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플로깅'은 일반 조깅보다 운동효과가 훨씬 좋다. 1시간동안 조깅을 했을 때 소비되는 칼로리는 평균 470kcal인 반면, 플로깅은 1시간에 평균 576kcal를 소모한다. 달리는 도중에 쓰레기를 줍는 동작이 하체 운동인 스쾃이나 런지 동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주운 쓰레기가 무거울수록 칼로리 소비가 더 많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플로깅'관련 게시물이 15만개에 이를 정도로 최근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 정미선 "쓰레기가 이렇게 많을줄 몰랐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플로깅' 활동을 꾸준히 업로드하는 정미선씨. 나름 의미심장한(?) 계기가 있었을 것같았다. 그래서 한강에서 플로깅하는 그를 찾아가 직접 물었더니 "평소 재활용 쓰레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 행동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우연히 참가하게 된 쓰레기 줍기 산행이 '플로깅'을 시작한 계기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정미선씨는 지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플로깅'을 하는 듯했다. 지구도 살리고 운동까지 하니 '플로깅은 일석이조'라며 환하게 웃는 정미선씨. 플로깅을 하면서 그는 점점 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단다.

"제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가 이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했다."
"직접 주우니 너무 뿌듯해요."

정미선씨는 "지금까지는 서울에서만 플로깅을 했는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플로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적이 드문 지역에 몇 년째 방치된 쓰레기들이 있을 같다고.

◇배신행 "저의 활동이 넛지가 됐으면···"

또다른 플로깅 활동가 배신행씨. 그에게 '플로깅이란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저의 플로깅 활동이 많은 사람에게 넛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넛지'는 다른 사람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는 "매년 심해지는 환경파괴 문제 속에서 저의 작은 영향력이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는 넛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는 것이다.

그는 새해들어 '지구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플로깅 크루를 결성했다. '지구를 걷는 사람들' 크루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함께 모이지는 못하지만 주말마다 화상으로 만나 각자 플로깅한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배신행씨는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사람들에게 플로깅을 소개하면 벽이 생기는 것같다"면서 "그래서 플로깅을 굳이 환경을 위한 운동이라고 소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 박지혜 "쓰레기 잘 버리는 게 중요"

SNS 팔로워 약 15만명을 보유한 박지혜 아나운서는 '운동하는 아나운서'로 유명하다. 그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플로깅을 시작했지만 플로깅이 점점 나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깅을 하기전에는 환경이랑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박지혜씨. 그러나 지금은 페트병에 붙어있는 라벨지까지 벗겨서 분리해 버린다고 했다.

박지혜씨는 "사회적으로 분리수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 이상으로 제대로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박지혜 씨는 SNS에서 플로깅 참가자를 모집하며 주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기 위해 플로깅에서 수거한 페트병 뚜껑을 메달로 제작해 참가자들에게 수여하기도 한다고.

그는 "환경에 무관심했던 나인데, 플로깅을 하고 나서 삶이 완전히 변했다"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변화를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박규빈 "일상속 실천할 수 있는 운동"

플로깅이 거창하고 대단한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박규빈씨는 "출퇴근 시간에 쓰레기를 한두 개 줍는 것도 플로깅이고요, 30km를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것도 플로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플로깅의 매력에 대해 "일상 속에서 누구나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플로깅을 하기전만 해도 박규빈씨는 '환경운동은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이 하는 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플로깅을 하면서부터 환경운동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는 "플로깅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란 걸 배웠다"며 "거창하지 않더라도 환경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규빈씨는 최근 SNS에서 '위클리플' 캠페인을 시작했다. 매주 누적목표 거리를 정해놓고 플로깅을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검사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과의 약속인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위클리플'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그는 "제가 하는 작은 행동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왕 하는 거 플로깅을 꾸준히 인증하면서 지구와 함께 건강해지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웃었다.

▲ 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이색운동'...'플로깅'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김현호 기자 k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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