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논문 지지하는 뉴라이트도 신친일파
3.1운동 102주년을 앞둔 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한 미국 학자의 터무니 없는 주장과 이를 옹호하는 신친일파의 등장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존 마크 램지어 교수는 국제법경제 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3월호에 발표될 논문에서 태평양 전쟁 당시 '매춘업자(brothel owner)'와 '예비 매춘부(potential prostitute)'가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충족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게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은 물론,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까지 나서 '근거가 없는 엉터리 논문'이라 반박했지만 이른바 '뉴라이트' 인사들이 '학문적 자유'를 언급하며 램지어를 옹호하고 나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인도 아닌 미국 교수와 국내 세력이 위안부 피해사실을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트리가 이들의 속내는 물론, 엉터리 주장까지 하나하나 파헤쳐봤다.
◇ 전범 기업 '미쓰비시 장학생' 램지어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를 보면 램지어 교수는 '미쓰비시 일본법 연구 교수(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로 소개되어 있다. 즉, 일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아 일본법을 연구하는 학자라는 의미. 또 그는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 '욱일장'을 받았을 만큼 '친일본' 학자다. 그런 그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일본을 대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실제 논문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일본 우익이 주장해온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본군은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고, 계약서가 있었으며, 수익에 따라 위안부를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문 어디에서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계약서의 존재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논문을 처음 보도한 것은 일본 보수언론인 산케이신문. 3월에 발표될 논문 내용을 1월에 이미 알았다는 것 자체가 램지어와 일본과의 관계를 추측하게 한다.
◇ 램지어를 옹호하는 '뉴라이트' 세력
램지어의 엉터리 논문에 미국 다수의 학자들이 반박과 우려를 표했지만, 오히려 국내 뉴라이트 세력은 그의 논문을 지지하고 나섰다.
반일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주익종, 이우연과 류석춘, 정규재 등으로 대표되는 뉴라이트 활동가들은 공동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하버드대 위안부 논문은 망언이 아니다"라며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논문,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본격적 토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가짜 위안부'라고 비난하면서 '위안부=매춘부'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세력이다.
그런데 눈의 띄는 것은 이들과 일본 우익과의 관계다. 국내 한 방송에 따르면, 램지어와 마찬가지로 뉴라이트의 유력 인물들은 일본 우익 자본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아시아 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이 단체는 일본재단과 연결되어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이우연 연구원이 몸담은 낙성대 경제연구소 역시 도요타재단과 연결되어 있다. 또 램지어가 속한 미국일본학자문위원회 역시 일본재단과 관계되어 있어, 이를 모두 일본 우익과 연관성이 깊다.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은 아주 옛날부터 일본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해외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결국은 친일세력을 만들어온 것"이라 지적했다.
그 증거로 '뉴라이트 육성계획'이란 내용이 담긴 2008년 6월 일본 우파논단의 대담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등장한 신친일파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할까. 자료와 증언을 통해 사실 관계를 정리했다.
◇ 반박 ⓛ 위안부 매춘 계약서는 없었다
램지어의 논문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위안부 계약서의 존재여부. 한국은 물론, 미국 내 아시아 역사 학자들 모두 위안부 매춘 계약서는 없었다고 단언한다. 일본 우익과 뉴라이트 역시 해당 계약서를 증거로 제시한 바가 없다. 당시 일본군 내에 공창제(성매매 관리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할 뿐이다.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일본군은 1927년 이미 해외에 공창제를 폐지했다"며 "당시 창기(매춘부)가 아닌 술을 따라주는 여성인 작부만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조선 여성들은 일본어를 읽을 수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계약서를 주도적으로 읽고, 이해하고, 서명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 반박 ②일본군이 직접 위안부를 관리했다.
뉴라이트는 또 일본군이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고, 매춘업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간의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먼저 당시 일본군이 1938년 3월 4일 작성한 '군위안소 종업부 등 모집에 관한 건'을 보면 위안부 징집업자와 헌병 및 경잘 당국와의 연계를 밀접히 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군이 직접 위안부 모집부터 관계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위안소 이용규정' 등도 문서로 남아있는데, 위안소가 일본군의 관리 하에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위안부의 일본군 강제동원은 1990년대 이후 일본 정부도 이미 인정한 부분이다. 1993년 고노담화에서 일본 내각은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 반박 ③ 전쟁범죄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
램지어 논문에 대한 논란이 일자, 뉴라이트는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설이 무오류의 신성불가침 영역일 수는 없다"며 "그 어떤 성역도 두지 않는 토론"을 요구하며 한국의 반응이 잘못되었다 비판한다.
하지만 국내보다 더 거세진 것이 미국 학계의 반박이다.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한국사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한심할 정도로 실증적으로, 역사적으로, 도덕적으로 모자라다"고 밝혔으며,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한일사 교수는 "논문에 쓴 '7000개의 계약서'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이는 학문적 사기"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 교수 역시 "터무니없는 역사 왜곡 사례"라고 잘라말했다.
심지어 에이미 스탠리 교수는 논문이 실릴 예정인 국제법경제리뷰에 공개 메일을 보내 "램지어 논문을 철회하지 않는 이유가 뭔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는 학문적 자유 이전에 사실관계가 명확한 전쟁 범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인 나치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는 학자가 없듯이, 어떠한 학자도 학문이란 이름으로 범죄를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 증거 널렸는데...아직 공격받는 위안부 할머니들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처음 세상에 위안부 피해사실을 알린 이후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인정과 사과는 여전히 요원하다. 분명한 증거와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일본 우익의 지원을 받은 21세기 신친일파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1992년부터 이어진 수요집회와 미 하원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한 증언들을 근거도 없이 부정하며 또 다시 상처주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신친일파들에게 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사실을 토대로 위안부는 일본이 저지른 성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가야 하는 것이다. 또 신친일파들을 더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도 이들에게 단호한 한마디를 전했다.
"당신들은 극우도 아니고 친일파일 뿐이다"
한편 램지어 교수는 최근 동료 교수에게 "한국인 여성의 계약서를 확보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찾을 수 없었다"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실 그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고 인정했다.
뉴라이트는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