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오기 알고도 수정않고 홈페이지 그대로 방치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공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보고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잘못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일째 홈페이지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어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9일 공개한 '2020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4만9790톤CO₂다. 이는 2019년 15만2114톤CO₂보다 2324톤CO₂(1.53%) 줄어든 규모다.
또 제품 생산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지표 'SCOPE1'은 1년 사이에 급증했고, 전력이나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지표 'SCOPE2'는 급감했다.
즉 SCOPE1 배출량은 2019년 6만5120톤CO₂에서 2020년 8만7707톤CO₂로, 1년 사이에 34.69%(2만2587톤CO₂) 증가했다. 반면 SCOPE2 배출량은 2019년 8만6994톤CO₂에서 2020년 6만2083톤CO₂로, 1년 사이에 28.64%(2만4911톤CO₂) 줄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를 출시하는 등 그동안 자원 재활용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홍보자료를 토대로 해석하면 SCOPE1 배출량이 늘었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어떤 경위로 제품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증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한 당일인 19일 회사측에 문의한 결과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롯데칠성음료측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수치를 실수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시작한 회사측은 이후 "2020년 SCOPE1 배출량은 6만1480톤CO₂이고, SCOPE2 배출량은 8만8310톤CO₂"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롯데칠성음료의 2020년 생산과정에서 직접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SCOPE1'은 1년 사이에 5.59% 줄어들었고,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SCOPE2'는 오히려 1.51% 증가했다. 즉 직접 배출량은 줄었고 간접 배출량은 늘어난 것이다.
이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지속가능보고서 내용과 정반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롯데칠성음료는 잘못된 숫자가 기재돼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수정하지 않은 채 수일째 이를 방치하고 있다. 회사측이 실수를 파악한지 4일이 지난 23일 오전까지도 잘못된 수치가 기재돼 있는 보고서를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버젓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수치를 수정해 다시 올리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해 아직 홈페이지 보고서는 수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일단 홈페이지에서 내린 후 정확한 보고서를 다시 올리든지, 아니면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공지라도 띄워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ESG관련 애널리스트는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같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SCOPE1과 SCOPE2 추이는 회사의 탄소중립 활동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면서 "회사가 오기를 인정한 순간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관이나 투자자들 외에 소비자들도 기업의 ESG나 환경경영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제공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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