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본소득 첫번째 국가될까"...세계 석학들 초미의 관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2 18: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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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원전 2300년부터 홍익인간 정신 이어와"
"기후변화와 팬데믹의 회복력은 기본소득에 있다"
▲왼쪽부터 가이 스탠딩(BIEN 공동창립자, 영국 SOAS대학교 연구교수), 필리프 판 파레이스(BIEN 공동창립자, 벨기에 루뱅대학교 경제사회윤리학과 객원교수), 칼 와이더키스트(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캠퍼스 철학과 교수)


"한국이 정말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첫번째 나라가 될까?"

지난 11일 오후 10시 온라인으로 열린 국제학술회의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기본소득 공약들'에서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세계 석학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 등 2명이나 주요 공약으로 기본소득을 내걸면서 한국이 세계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학술회의는 '기본소득 올스타전'을 방불케 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네트워크 회의, 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 '리얼 유토피아를 위한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 연구팀' 등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설계자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강남훈 공동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주제로 발제했다. 발제가 끝난 뒤 패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시행 가능성과 보완점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패널로는 가이 스탠딩(BIEN 공동창립자, 영국 SOAS 대학교 연구교수), 필리프 판 파레이스(BIEN 공동창립자, 벨기에 루뱅대학교 경제사회윤리학과 객원교수), 애니 밀러(BIEN 공동창립자, 스코틀랜드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 공동창립자,의장), 칼 와이더키스트(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캠퍼스 철학과 교수), 알리 무틀루 코일루오글루(터키 시민기본소득연구개발문화보급협회 공동창립자,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네트워크 회의' 공동창립자), 오준호(제20대 대통령 선거 기본소득당 후보, BIKN 운영위원), 안효상(BIKN 이사장,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이 참가했다.

안효상 BIKN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난관이 적지 않겠지만, 한국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첫번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토지보유의 불평등···기본소득으로 완화


발제를 맡은 강남훈 기본사회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임기내 전국민 기본소득 연 10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연령별 기본소득, 농촌 기본소득 등 취약계층을 우선해 추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령별 기본소득이 적용되면 △0~18세(120만원) △19~29세(100만원) △65세 이상(360만원) 등 연령 구간별로 추가 수당을 받는다. 여기에 농촌 기본소득이 적용되면 △19~29세(100만원) △30~64세(100만원) △65세 이상(100만원) 등이 또 한차례 추가 혜택을 받게 된다. 여력이 된다면 추후 장애인, 예술인들을 위한 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하면서 점차 영역이 확장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연령 구간별 기본소득 공약
연령 인구수 전국민 기본소득 연령별 기본소득 총 기본소득 GDP 비중 농촌 기본소득 GDP 비중
0~18세 665만명 100만원 120만원 220만원 5.87% 220만원 5.87%
19~29세 630만명 100만원 100만원 200만원 5.34% 300만원 8.01%
30~64세 2739만명 100만원 없음 100만원 2.67% 200만원 5.34%
65세 이상 1159만명 100만원 360만원 460만원 12.28% 560만원 14.95%


전국민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은 '토지가치세'와 '탄소세'를 거둬 마련한다. 토지가치세는 토지소유자에게 집중되는 불로소득을 토지 가치에 비례하여 국가가 환수하는 세금이다. 탄소세는 기후변화를 야기한 생산·소비 방식에서 가장 많이 혜택을 본 기업에 대한 징벌적 조세다. 토지가치세와 탄소세를 거둬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각각 약 30조원과 10~20조원 가량이다.

지난해 전체 가계가 보유한 토지의 32%를 상위 1%가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은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 토지의 76%를 갖고 있었다. 강남훈 위원장은 가구별 토지보유액을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난쟁이들의 행렬이 이어지다 마지막 1%만 키가 아주 큰 모습을 보인다"며 "이때 지니계수는 0.8114에 달한다"고 밝혔다. 0~1 사이의 수치로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완전평등의 경우 0, 완전불평등의 경우 1에 해당한다.

1인당 기본소득 50만원을 토지가치세로 충당할 경우 전체 가구의 93~95%가 혜택을 받는다. 무주택 4인가구의 경우 전 세대원이 납부금없이 배당액을 50만원씩 총 200만원을 지급받는다. 5억원대 이하 1주택 4인가구의 경우 소유주만 50만원을 납부하면서 가구의 순수혜택은 150만원이다. 10억원대 이상의 주택을 1채 보유한 4인가구의 경우 소유자의 납부액은 90만원이지만 나머지 세대원이 배당금을 받으면서 가구의 순수혜택으로 110만원을 받게 된다.

▲강남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 제시한 토지가치세 배당고지서 예시


강 위원장은 나머지 연령별 기본소득과 농촌 기본소득 등의 재원 마련에 대해 세출 조정을 통해 25조원, 소득세공제를 12조원 절약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하에 지역균형발전예산을 조정하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 기본소득 시행에 앞서 6개월간의 공론토론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정책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거친 뒤 국민투표나 시민의회에 부칠 예정이다. 시민의회는 지역·성별·연령을 반영한 무작위 선발 방식으로 국회의원과 동수인 300명의 시민을 뽑아 구성된다. 시민의회가 안건을 심의해 합의된 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면 다시 심의를 통해 가결된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미 2번의 공론토론을 실시한 바 있다. 2018년과 2019년 이 후보는 토지세에 대한 공론토론을 위해 200명의 경기도민을 찬성 비율 40%, 약한 반대 30%, 강한 반대 30% 비율로 뽑아 이틀동안 하루에 10시간씩 공론토론을 진행했다. 공론토론의 구성은 혼자 공부, 전문가의 발표, 질의응답 그리고 집단토론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찬반 비율 조사는 3번에 걸쳐 이뤄졌다. 첫번째 조사는 아무런 학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번째 조사는 학습을 한 뒤, 3번째는 공론토론 과정을 거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이때 토지세에 대한 39% → 53% → 67% 순으로 높아졌다. 강남훈 위원장은 "이 정도면 토지세 개혁을 할 만한 충분한 지지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기본소득 '21C 홍익인간'···韓 인류에 기여할 것


발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 가이 스탠딩 교수는 "한국은 분명히 기본소득이 시행될 수 있는 국가"라며 그 이유를 "한국은 기원전 2333년부터 홍익인간의 정신이 이어져왔고, 그 정수에는 공동체를 위한 삶, 개인과 공동체의 결속이 있다. 이는 한국이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 공동체 스스로 기본소득 시스템을 만들어 살아가는 보령 장고도를 예시로 들며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만성적인 불확실성이 닥쳐오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력'(Resilience)이며, 기본소득 정책이 그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 교수는 "기본소득당이 있음으로써 기득권 정당에 더욱 압박이 되고, 유권자에게 기본소득이 더 잘 홍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집권당은 기본소득 홍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공유자산 가운데 토지가치세 하나만을 다루는 것은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칼 와이더키스트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과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을 나눌 것이 아니라, 토지를 소유한 사람 대부분도 기본소득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며 "토지 소유자 가운데서도 기본소득의 혜택을 보는 이들의 비율을 정확하게 나타낸다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그는 대북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상황이 급변해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올 필요가 없고, 반대로 그들이 구매력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북한으로 진출할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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