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건강 악영향..."가솔린차 50만대 분량"
주방용 가스기기는 꺼진 상태에서도 메탄가스가 새어나와 지구온난화와 건강문제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캘리포니아주 53개 가정에 비치된 가스레인지와 가스오븐 등 주방용 가스기기를 조사한 결과, 사용중이 아닌 상태에서도 상당량의 메탄(CH4)과 질소산화물(NOx)이 새어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가스기기들은 구매후 3~30년 지난 18개 브랜드 제품들이 포함돼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주방용 가스기기가 점화·소화할 때 나오는 메탄의 양은 같은 기기로 10분간 조리하는동안 배출되는 양과 비슷했다. 하지만 정작 하루동안 가스기기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80%는 가스기기가 꺼져있을 때 발생했다. 사용중이 아닌데도 가스배관 접합부위에서 지속적으로 메탄이 새어나왔기 때문이다.
메탄은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대기중 방출 20년 후를 기준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가스 효과가 86배에 달하는 초강력 온실가스다. 또 메탄은 질소산화물과 함께 대류권 오존농도를 높인다. 대류권 오존은 화학적 스모그의 주요물질로 호흡기관에 문제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해마다 전세계적으로 약 1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주방용 가스기기에 쓰이는 가스사용량 가운데 실제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비중은 1.3%다. 연구진은 이같은 수치가 개별 가정으로 따졌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미국 전체 가정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000만 가구에서 주방 가스기기를 사용하면서 내뿜는 양은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했다. 이는 가솔린 차량 50만대가 내뿜는 것에 버금가는 온실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보일러, 온수기 등의 난방용 가스기기와 달리 주방용 가스기기들의 가스 배출은 사람에게 직접 노출될 수 있어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주방용 가스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메탄과 질소산화물 외에도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산화질소 등 유독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방환기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들의 비중은 25~40%에 불과했다며 건강·환경적 위험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전기스토브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시는 2023년 말까지 신규주택의 주방기기 전기화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연구논문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화학회지(JACS·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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