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RE100' 선언 주저하는 이유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2-24 11:05:52
  • -
  • +
  • 인쇄
[백진엽의 시선] 해외사업장은 재생에너지 100%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부족탓에 'RE100' 달성못해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삼성전자)


국내 탄소배출량 2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RE100과 관련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민간기업의 자발적 선언인 'RE100'에 왜 국내 1위 삼성전자는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을까.

그동안 삼성전자는 'RE100에 왜 참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내 사업장은 제도와 여건을 고려해 향후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며 "RE100가입 선언은 현재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검토중"이라는 원칙적인 답변만 했다. 여기에는 국내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국내 여건이 반영돼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과 유럽, 중국 사업장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REC), 재생에너지 구매계약(PPA), 재생전력 요금제(GP) 등 지역별 상황에 맞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E100 선언에 주저하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사업장 때문이다.

그린피스 추산에 따르면 2020년 삼성전자의 국내 전력 소비량은 17테라와트시(TWh)다. 이는 삼성전자 전세계 사업장 전력 소비량의 약 70%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7.8TWh다. 즉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장의 사용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5%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REC), 재생에너지 구매계약(PPA) 등 대체수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제도들은 가격 등의 문제로 기업들이 꺼리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REC(1MWh) 거래가격은 최근 5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저점이던 지난해 8월 2만9000원대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는 PPA 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허용되기는 했지만 한전의 높은 전력망 임대료 요구 등으로 인해 기업들에게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러 상황에 발목이 잡힌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의 100% 재생에너지 달성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했고, RE100 선언을 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를 이끌던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선언만 해놓고 지키지 못할 경우 돌아오는 역풍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상황을 이유로 계속 미룰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등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주요 거래업체들은 RE100을 달성하지 않는 기업의 부품은 쓰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도 탄소국경조정세 등을 통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네덜란드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삼성전자에게 RE100 선언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최근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 10곳에 서한을 보내면서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가 큰만큼, 이제는 국내 기업들도 탄소배출량을 실제로 감축해야 하고, 이행 계획을 주주와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상황도 점차 나아질 전망이다. 우선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가까이, 윤석열 후보는 25% 정도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비중은 6.6% 수준이다. 이를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이 후보 공약대로라면 연간 320TWh, 윤 후보의 경우 160TWh 정도로 늘어난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독려하고 제도도 지속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RE100 선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해부터 새로운 사장단 출범과 맞물려 ESG 경영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만큼 전보다 RE100 선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 한 직원은 "삼성전자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RE100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폄훼되는 것 같다는 우려가 직원들 사이에서 있다"며 "여러 사안들을 고려해 경영진이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국가녹색기술연구소 5대 소장에 '오대균 박사' 임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 제5대 소장으로 오대균 박사가 5일 임명됐다. 이에 따라 오 신임 소장은 오는 2029년 2월 4일까지

기초지자체 69% '얼치기' 탄소계획...벼락감축이거나 눈속임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국가가 정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이상의 목표를 수립한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기초지자체

스프링클러가 없었다...SPC 시화공장 화재로 또 '도마위'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무 설치대상이 아니었다. 옥내 설치된 소화전만으로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끄기는 역부족이었다.

"AI는 새로운 기후리스크...올해 글로벌 ESG경영의 화두"

AI 확산이 가져다주는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ESG 경영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중

현대제철 '탄소저감강판' 양산 돌입..."고로보다 탄소배출량 20% 저감"

현대제철이 기존 자사 고로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한 '탄소저감강판'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현대제철은 "그동안 축적한

LS 해외봉사단 '20주년'..."미래세대 위한 사회공헌 지속"

LS의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인 'LS 대학생 해외봉사단'이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각지의 초등학교에서 예체능 실습과 위생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동계올림픽' 앞당겨지나...IOC, 1월 개최 검토

동계올림픽 개최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동계스포츠에 필수인 적설량이 적어지는 탓이다.4일(현지시간) 카를 슈토스 국

에너지연, 1년만에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성능 19배 늘렸다

국내 연구진이 건식흡수제를 이용해 공기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제거하는 기술의 성능을 19배 늘리는데 성공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CCS연

하다하다 이제 석탄홍보까지...美행정부 '석탄 마스코트' 활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석탄을 의인화한 마스코트까지 앞세워 화석연료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영상]열흘 넘게 내린 눈 3m 넘었다...폭설에 갇혀버린 日

일본 서북부 지역에 열흘 넘게 폭설이 내리면서 30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4일 일본 기상청·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빈발하는 기후재난에...작년 전세계 재난채권 시장규모 45% '껑충'

지난해 재난채권(재해채권) 시장규모가 역대급으로 늘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위험 이전 수요와 투자자의 분산 투자 욕구가 맞물

EU, 전세계 최초 '영구적 탄소제거' 인증기준 마련

유럽연합(EU)이 대기중에 남아있는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에 대해 인증기준을 전세계 처음으로 마련했다.EU집행위원회(European Com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