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촉구하는 '권고적 주주제안' 필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주들의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지만, 주주들의 보다 적극적인 권리행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ESG 평가 및 리서치 전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올 2~3월 정기 주주총회를 실시한 248개 상장사들의 주총 안건 1594개를 분석한 결과, 안건의 9.5%에 해당하는 152개의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안건 반대 비중인 7.8%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정기주총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ESG와 관련된 주주제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연금 투자회사 APG의 위임을 받은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서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정관변경에 관한 주주제안을 했다. 주주제안 내용은 △지속가능경영 체계에 대한 전문 신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4건이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제외한 3가지를 수용했다.
투자자의 관심이 환경·사회 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법제도 또한 ESG투자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주행동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 10위권인 우리나라에서 환경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주제안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행동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기관투자자들도 투자 이전 단계에서 ESG요소를 단순히 고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자 이후 ESG 주제에 대해 관여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스틴베스트는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ESG투자를 하려면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제안에서 제외된 '권고적 주주제안'은 보통결의 방법으로 결의하되 다음 정기주주총회에서 이행 여부, 이행 내용, 불이행 사유를 보고해야 할 뿐 내용의 이행을 강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속력 없이 권고적 효력만 갖지만, 앞으로 환경·사회적으로 중요한 내용일수록 이행을 완전히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회사의 성실한 대응 및 답변을 요구한다면 회사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기업들이 정관 개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기업들의 정관 개정을 촉진하는 주주관여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번 APG의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주주제안을 벤치마킹하여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는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강조하는 주주제안이 다수 존재했다. 특히 SM과 사조오양에 대한 주주제안의 경우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안건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지배주주 견제 장치의 필요성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나타났다. SM의 경우 이수만 대표가 지배주주인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회를 사실상 무력화했고, 이수만 대표가 소유한 개인사업체 라이크기획에 20년 넘게 총1500억여원의 수수료가 지급됐다. 이에 따라 SM은 동종업체 대비 낮은 수익성을 보이며 저평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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