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나노로봇, 초미세구동장치 개발에 활용가능
다리없이 미세한 털인 섬모로 움직이는 짚신벌레처럼 인공섬모로 이동하는 나노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자성 입자를 위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의 섬모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세포 표면에 돋아난 미세털인 섬모는 액체 속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작은 외부 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양하게 기능한다. 코나 폐의 섬모가 하늘하늘 흔들리며 액체 등 불순물을 밀어내거나, 다리가 없는 짚신벌레가 섬모로 노젓듯 움직이며 이동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원리를 모방해 미세 기계의 구동장치로 쓰려는 연구들이 활발한 가운데 연구팀은 섬모를 가늘고 길게 합성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앞으로 섬모를 구동장치(액츄에이터)로 사용하는 나노로봇 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섬모 구조는 액상 원료를 틀에 넣어 찍는 등의 기존 방식으로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게 만들기 어렵다. 특히 폭은 좁고 세로로 긴 형태는 더 까다롭다.
이에 연구팀은 자기력을 이용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섬모 가닥을 돋아나게 하고 싶은 위치에 니켈 금속 조각을 배열한 뒤, 위에서 자성 나노입자를 흩뿌려 차곡차곡 쌓았다. 니켈 주변에 형성된 강력한 자기력이 자성 나노입자를 잡아당기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자기력 덕분에 나노 입자가 알아서 원하는 형태로 조립된다.
이 합성법은 수직 방향으로만 자성 나노입자가 쌓일 수 있도록 나노입자를 에어로졸 상태로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액체 방울(에어로졸)에 자성 나노입자를 가둬 미리 설계된 자기력 외에 다른 외부 힘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액체는 날라가면서 증발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실제 지름이 373나노미터(nm, 10-9m)인 입자를 최대 54개까지 쌓았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인 종횡비가 50 이상으로, 이제껏 합성된 인공 섬모 가운데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완성된 인공 섬모는 자성 나노입자 표면에 코팅된 올레산 덕분에 베어링없이도 매끄럽게 미끄러지면서 움직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몸속에 투입하는 나노로봇,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초미세 구동장치 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6월 16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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