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 반복해도 수명저하 현상없어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원창업기업인 에스엠랩(SMLAB)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속충전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단결정 양극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양극 소재의 형상과 표면구조를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30% 이상 향상됐다. 이 소재는 현재 고객사 검증을 끝내고 에스엠랩에서 시범 생산중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급속충전을 반복하면 양극과 음극에서 부반응이 일어나 수명이 짧아진다. 급속충전시 리튬이온은 음극의 흑연 입자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전해액과 반응해 손실된다. 양극에서도 빠른 속도로 리튬이온이 드나들게 되는데, 이런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양극 구조를 붕괴해 리튬이온 출입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배터리 셀(cell) 온도를 높이고, 전해액과 양극·음극 소재 표면에서 분해도 가속화되므로 수명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로는 주로 음극 소재의 개선이 제안됐다. 흑연 대신 리튬을 사용하거나 흑연과 실리콘을 사용해 충전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였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속도가 흑연보다 리튬금속이나 실리콘에서 더 빠르기 때문이다.
에스엠랩에서 개발한 고속충전 기술은 음극에 흑연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양극 소재의 형성과 표면구조를 변화시켜 고속충전에 따른 수명 저하를 줄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양극 소재는 니켈(Ni) 97%, 코발트(Co) 2% 미만 함량의 단결정 NCA(M) 소재(NiCoAlMn)다.
조재필 에스엠랩 대표는 "기존에 사용되는 고속충전용 양극 소재는 다결정이고 니켈 함량이 80% 정도에, 비싼 코발트 함량이 5% 이상"이라며 "니켈 함량을 97%까지 높이고, 코발트 함량은 2% 미만으로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인 단결정 양극 소재는 이번에 처음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에스엠랩은 자체 운용중인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설비를 이용해 고속충전 평가를 진행했다. 양극은 187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는 1암페어(Ah) 셀로 단위면적당 용량 4.07mAh/㎠, 25℃ 조건을 주고, 음극에는 흑연만 사용했다. 그 결과 15분동안 90% 충전과 방전을 300회 반복했는데도 수명이 85%까지 유지됐다. 반면 동일한 조성의 다결정 소재는 225회 충‧방전 반복시 수명 유지율이 40%로 뚝 떨어졌다.
이같은 결과를 통해 다결정 소재에 빠른 속도로 리튬이온이 들어가고 나오면서 다결정의 표면구조 붕괴가 가속화됨을 알 수 있다. 다결정 구조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가 뭉쳐 큰 입자 하나를 구성하므로, 빠른 속도로 리튬이온이 드나들 때 표면구조가 무너지면서 뭉쳐진 입자도 깨트리게 되는 것이다.
조재필 대표는 "고속충전시 배터리의 수명 개선을 위해 양극 소재의 형상을 '단결정'으로 만들고, 높은 전류가 걸릴 때 발생하는 높은 저항 문제는 망간 원소(Mn)와 극소량의 첨가제들을 도핑해 완전히 극복했다"며 "특히 단결정 표면에서 리튬이온이 최대한 많이 이동하도록 특정 결정면 방향으로 향하게 한 부분은 양극의 형상과 표면구조가 고속 충‧방전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에스엠랩은 2018년 7월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조재필 특훈교수가 창업한 곳으로, 니켈 함량 80% 이상의 NCM(A)과 NCA를 수세 공정없이 단결정 형태로 양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니켈 함량 94% 이상 소재는 현재 연간 7200톤 생산중이며, 2023년까지 생산량을 2만88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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