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박막 형성법 발견
친환경 용매를 이용해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그동안 상용화의 걸림돌이던 독성 용매를 대체할 방법이라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의 석상일 특훈교수팀은 '에탄올 기반의 친환경 용매'에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이하 페로브스카이트)를 용해해 코팅하는 방법으로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렇게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25% 이상으로, 현재 저독성 용매를 사용한 것 중에서 가장 높다. 이번 성과는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Impact Factor) 8월 18일(현지시간)자에 공개됐다.
정공 전달층과 전자 전달층 사이에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이 샌드위치 구조로 상호 적층된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얇고 가볍고 유연하며 용액공정으로 값싸게 만들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힌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전자, 정공 등의 전하를 만드는 광활성층 물질로 사용한다.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제조할 때 독성 용매인 '다이메틸포름아미드'(DMF)를 사용했다.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얇게 코팅하려면 용매에 녹여야 하는데, 다른 친환경 용매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를 녹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석상일 특훈교수팀은 독성이 없으면서 페로브스카이트를 녹일 수 있는 용매 기반 물질로 '에탄올'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페로브스카이트가 에탄올에 잘 녹을 수 있도록 착화합물(complex) 구조를 설계했다. 이를 이용해 '에탄올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전구체 용액'(이하 에탄올-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을 만들었는데, 이 물질은 친수성이라 산화물 전극 위에 잘 발라진다. 또 코팅중 2차 처리를 하지 않아도 매우 균일하고 치밀하게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제조가 가능했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와 결합해 용해성이 우수한 착화합물을 제조한 게 이번 기술의 핵심"이라며 "코팅과 열처리 과정에서 용매와 함께 휘발하는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결합물 조합을 최적화해 치밀하고 균일하면서 결정성이 우수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제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에탄올-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은 산화물 전극 기판 위에 떨어뜨려서 젖게 하는 것만으로도 대면적이며, 균일한 두께의 페로브스카이트 코팅 박막이 만들어졌다. 특히 이 방법으로 제조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일반적인 스핀 코팅 방법으로 제조한 효율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번 논문의 공동교신저자인 이용희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대면적 제조가 가능한 데다 용매의 처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뜻깊은 연구"라며 "이번 논문에 새로운 공정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원리를 밝혀 정리한 만큼 향후 다양한 친환경 용매로 확장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는 그동안 효율과 안정성 향상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독성 용매의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상용화 기반 연구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유니스트 윤현성 연구원과 권형우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 학문균형발전지원사업, 국방과학기술연구소(ADD)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마의 효율'이라 불렸던 20%를 처음 넘긴 인물이다. 세계 최고의 공인 효율을 스스로 여섯 차례나 경신했으며 지금도 세계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12년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이종접합 n-i-p 태양전지 구조에 바탕을 두며, 지금도 25% 이상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모두 이 구조를 갖는다. 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탄생과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2022년 랭크 광전자공학상(Rank Prize in Optoelectronics)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영국 랭크 재단에서 수여하는 것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명한 과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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