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확대는 폭탄돌리기"…FT '한전 30조 적자'에 쓴소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26 18:08:38
  • -
  • +
  • 인쇄
한전사업의 구조적 결함이 누적 적자 높여
화석연료 투자비중 높아 녹색전환 걸림돌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의 비정상적인 사업구조가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을 저해하고, 반대로 재생에너지 전환은 한전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예상 영업손실액이 30조원으로 전망된 한전의 문제는 한전 사업구조의 근본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장의 파산에서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아무 해결책 없이 이같이 조치한 것은 문제를 뒤로 미룬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8일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려주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전채 발행량을 늘리지 않으면 전력공급이 중단돼 국가가 경제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한전의 경고를 국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전채 발행 누적액은 69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지속적인 한전채 발행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공마불사'의 믿음으로 한전은 낮은 이자비용의 '특수채'를 발행하고 있다. 저금리 특수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재무적 곤경상태에 있는 한계기업들은 파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다시 특수채 쏠림이 반복되고, 재차 한계기업들을 솎아내면서 시장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 부담은 물가상승으로 나타나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수출경쟁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 심하면 자본시장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FT는 한전채 발행이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경색에 상당부분 일조했다며 한전의 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전의 사업구조는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FT는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중국보다 3배 이상 높은데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보다 전기요금을 적게 낸다"고 꼬집었다. 전기수요는 높아지고, 전기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가격도 높아지는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으로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FT는 우리나라의 저조한 녹색전환 실적의 원인을 한전으로 지목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이슈를 다루는 영국의 비영리 민간연구기관 엠버(Ember)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점유율이 낮은 국가였다. 이는 국내 전력판매시장을 독점한 한전의 그릇된 투자관행에 의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21년 기준 한전의 투자현황을 보면 발전자산의 43%가 석탄이고, 원자력은 38%, 액화천연가스(LNG)가 15%, 수력발전 및 재생에너지는 3%에 불과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크리스티나 응(Christina Ng) 선임연구원은 "한전은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결정하는 석탄과 LNG 가격이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가 명확한데도 화석연료에 몰두했다"면서 "지난 10년간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아 반복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이미 과도하게 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부채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한전은 소유한 6개 발전자회사로부터 69.4%의 전력을 수급하고 있고, 이를 발전원별로 따져보면 원자력 100%, 석탄발전 90%, 가스발전 30%를 의존하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이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90%가 한전이 소유하지 않은 민간발전사에 의한 것이라는 이야기"라면서 "결국 한전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한다는 것은 내부시스템으로부터 바깥으로 돈을 유출하는 일이기에 한전이 소유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대해 징벌적 발전비용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FT는 이같은 실정이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공급사로서 RE100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 시스템에 갇힌 전력시장 구조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쉽사리 늘지 않아 절대적인 발전량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로 만약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혹은 다른 민간 사업자들과의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한다면 화석연료 투자 비중이 높은 한전이 공급하는 전력에 대한 수요는 더 떨어지기 때문에 한전 입장에서는 위기다.

김 대표는 "수년간 한전의 사업구조는 한국의 녹색전환을 위협했다"면서 "이제는 한국의 녹색전환이 한전의 사업구조를 위협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롯데·이마트, 메탄 감축목표 '낙제점'..."육류 위주 공급망이 문제"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육류·유제품·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목표가 '낙제점'이라는 국제환경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20일 글로벌 환

FC서울 홈 개막전 앞두고...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회용기' 도입

서울시가 오는 22일 열리는 FC서울 홈 개막전에 맞춰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의 편의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시는 서

기후/환경

+

서부는 41℃ 폭염, 동부는 눈폭풍…美대륙 '극과 극' 이상기후

미국 서부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데 동부는 폭우·폭설·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극과극'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서부의 이상고온

바닥 드러나는 댐과 하천들...평년 밑도는 강수에 봄 가뭄 '비상'

예년보다 비가 턱없이 적게 내리면서 봄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서해안, 경남 등 지리적 특성상 외부 수자원 의존도가 높은

"EU, 탄소중립 목표 완화해야"...합의해놓고 뒷말하는 獨 장관

지난해 온실가스를 겨우 0.1% 감축한 독일이 유럽연합(EU)을 향해 탄소중립 목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연방경제에너

기후위기가 '청년소득' 줄인다...알파세대는 2억원 넘게 손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면 호주 청소년세대가 평생 약 18만5000달러(약 2억7700만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글로벌 컨설

기후테크 협의체 '그린테크얼라이언스' 사단법인으로 출범

그린테크얼라이언스(GreenTech Alliance)가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그린테크얼라이언스

기온 2℃ 오르면…'식량불안 국가' 3배로 늘어난다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할 경우 식량불안을 겪는 국가의 수가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23일(현지시간) 국제환경개발연구소 보고서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