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꺼져가는 극지방...'소리'에 담았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8 08:55:02
  • -
  • +
  • 인쇄
극지방 소리 50개 수집…104개 곡 제작
전세계 45개국 아티스트 300여명 참여
▲글로벌 음향예술 프로젝트 '극지의 소리들'(Polar Sounds)에 참여한 45개국 300여명의 아티스트들은 극지방의 소리를 기반으로 104개의 리믹스 곡을 제작했다.


극지방에서 부서져내리는 얼음소리를 담아 기후변화로 꺼져가는 지구의 맥박을 전하는 대규모 음향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독일 올덴브루크대학교 헬름홀츠 기능성 해양생물다양성 연구소(HIFMB)와 알프레드베게너 연구소의 헬름홀츠 극지해양연구센터(AWI)는 50개의 소리파일을 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지난 2년간 두 곳의 음향연구소가 북극과 남극 해저에 설치해놓은 수중마이크로 녹음한 내역이다.


이 파일에는 '노래하는 얼음'이 녹음돼 있다. 기온상승으로 얼음에 미세한 균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에너지가 진동 형태로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가 음파로 분산된 것을 물속에서 소리로 담은 것이다. 원유·가스 시추를 위해 하루종일 10초 간격으로 바다에 공기총을 쏘는 '지진탐사' 소리도 담겨있다. 많은 해양생물들이 이 소음에 고통받고, 플랑크톤은 떼죽음을 당하면서 해양생태계 먹이사슬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좀처럼 담기 어려운 '로스해 물범'의 울음소리도 녹음됐다. 이 물범은 남극의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다 뭍으로 돌아올 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총빙'(叢氷·바다 위 떠다니는 얼음이 빽빽히 모여 언덕처럼 얼어붙은 것)에 올라가기 때문에 연구가 거의 이루어진 바 없다.

극지방은 기후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북극의 기온은 전세계 평균기온보다 4배 더 빨리 상승하고 있다. 연구팀은 날로 고조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공개될 때마다 일반 대중이 보다 손쉽게 접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끝에 '소리'를 활용하기로 했다.

소리는 해양의 가장 깊고 먼 곳까지 전달된다. 소리를 활용하면 얼음에 덮여 눈으로 확인 불가능했던 심해생물들의 이동경로, 짝짓기 활동 등 생태계 구석구석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각적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바닷속 소리의 풍경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극지방 '소리의 풍경'을 담은 50개 표본을 글로벌 음향예술 및 현장녹음 프로젝트 협의체 '도시와 기억'(Cities and Memory)과 공유했다. 도시와 기억은 HIFMB, AWI 두 연구소와 함께 '극지의 소리들'(Polar Sounds) 프로젝트 참여자를 공모해 전세계 45개국 300여명의 아티스트들을 선발했고, 현재 연구팀이 제공한 소리파일을 기반으로 104개의 리믹스 곡들이 제작됐다.

AWI의 일세 판 오프제일란트(Ilse van Opzeeland)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과학적 데이터를 예술로 '번역'한 것"이라며 "과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전통적인 출판물이나 정책자료를 뛰어넘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의 50개 소리파일과 해당 파일을 기반으로 제작된 리믹스 곡들은 도시와 기억 '극지의 소리들'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22일 지구의 날...뷰티·식품업계 '기후감수성' 살리는 캠페인 전개

뷰티·식품 등 유통업계가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감수성'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전개한다.동원F&B는 제주 해안

'친환경 소비촉진'...현대이지웰, 국내 첫 '온라인 그린카드' 도입

현대이지웰이 국내 최초로 '온라인 그린카드'를 도입해 친환경 소비촉진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 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21일 한국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사회복지기관에 'ESG경영' 지원한다

경기도가 오는 5월 16일까지 'ESG 경영지원 사업'에 참여할 도내 사회적경제조직 및 사회복지기관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사회적경제조직과 사회복지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기후/환경

+

산불 트라우마 '의사결정' 능력에도 영향..."적절한 결정 못해"

산불 등 기후재해를 겪은 생존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랜시간 기다리면 더 큰

"한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61% 감축 가능"...어떻게?

우리나라는 국제감축 활용 없이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61% 감축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21일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 글로벌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