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부적절"…국책기관도 반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1 1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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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관 5곳 '재보완 검토 의견'
안전대책·멸종위기종 보호 '미흡'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 포함 전문기관들이 일제히 부정적 의견을 내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KEI·국립생태원·국립환경과학원·국립공원관리공단·국립기상과학원 5곳으로부터 받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 검토 의견'에 따르면 KEI는 "해당 지역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인 전 국토의 1.65%에 불과한 최우선 보전지역"이라며 "사업자측이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오색지구에서 대청봉 근처에 있는 봉우리인 끝청까지 길이 3.5㎞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1982년부터 추진되다 환경단체의 반발로 40여년 지체됐고, 2019년 환경부는 사업주체인 강원도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부동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이 낸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양양군은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다. 환경부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 30일 내에 동의, 부동의 등 협의 의견을 통보해야 한다. 법정기한 연장은 15일에 한해 한 차례 가능하다. 늦어도 3월 중순에는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최종 허가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이번 환경영향평가 검토는 환경부의 설악산 협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전문기관들이 최종의견을 밝힌 것이다. 전문기관들은 "적절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거나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바람", "설명추가가 필요함"이라고 평가하는 등 재보완 내용이 미흡하고, 따라서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일례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 중 하나는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마련이다. 그간 양양군은 "산양 서식지이긴 하지만 교란 영향은 적을 것", "삭도 설치시 산양이 주변 지역으로 회피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KEI는 검토의견에서 "종분포모델링(MaxEnt) 모의 결과 서식 적합도가 0.8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어, 삭도 설치 시 산양의 서식·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합도 0.8 이상은 서식 적합도 최고등급으로, 공동 조사를 통해 산양 어린 개체까지 발견된 지역으로서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지역을 의미한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설악산 내 사업 예정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모습 (사진=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또 사업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에 해당하는 양호한 식생이 77.28%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지만, 재보완서에는 법정 보호식물을 포함한 주요 보호식물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KEI에 따르면 재보완서에는 식생조사 항목과 이식 대상이 누락 됐다.

해당 지역은 4월 말~6월 중순 시기에 개화하는 식물이 많은데, 재보완서 작성을 위한 추가 조사가 8월 하순~10월 중순에 수행되면서 춘계 개화식물들에 대한 조사 누락과 이식 대상이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재보완서는 춘계식물과 희귀식물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양양군에 사업 구간 전체가 아닌 주요시설(정류장, 지주 등)에서만 식물조사를 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계절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도 양양군이 산양 및 아고산지대 보호 방안의 하나로 재보완서에 제시한 '상부 정류장 위치 조정'(기존 해발 1480m→1430m) 변경으로 인해, 백두대간 핵심구역 훼손이 더 커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KEI는 "변경된 상부 정류장 대상지의 지형 조건상 경사로 35°이상 급경사 절험지가 보완 대비 약 13% 이상 증가하여 토공량이 약 8300㎥ 증가하고 산책로 연장이 156m 증가하는 등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 훼손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남"이라며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 0.327로 보완시(0.172)에 비해 90% 이상 증가"라고 밝혔다.

실제 환경부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백두대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두대간 핵심구역 지형변화지수는 0.1 이하여야 한다. 지형변화지수 0.327이면 가이드라인 한도를 3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게다가 강풍이 빈번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21년 4월 재보완을 요구하면서 케이블카 설치 각 지주 지점과 최상단 높이 모두에서 풍속을 실측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재보완서에서 양양군은 실측 대신 WRF(Weather Research & Forecasting Model)와 CALMET 모델을 적용해 사업노선 및 주변 지역에서의 2021년 1년 동안의 풍속을 예측한 결과를 제출했다.

해당 내용을 검토한 국립기상과학원은 모델링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설악산 AWS와 1.3km 이상 떨어진 사업노선의 격자점의 바람장이 실제와 유사할 것으로 유추하는 것은 무리"라며 "특히 사업 지역처럼 높은 산악 지형에서는 일반적으로 바람장이 공간적으로 선형적으로 변하기보다 복잡한 지형의 영향으로 비균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처럼 골과 골사이에 위치한 곳에선 강풍과 돌풍이 심하기 때문에, 사업노선과 떨어진 곳에서의 모델링만으로는 실제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5개 전문기관들의 검토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 재보완서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승인을 위한 7가지 부대조건 중 가장 핵심이었던 △산양 문제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대책 추진 등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이은주 의원은 "결론적으로 양양군이 제시한 재보완대책으로는 설악산국립공원 자연생태계나 자연경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저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산양 등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 방안부터 시설물 안전대책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재보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일관되게 말했던 게 바로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자연환경 최우선 보전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기관 검토의견의 중론인 만큼, 환경부는 이번 양양군의 재보완서에 대해서도 부동의(재협의)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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