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천연가스 위험 간과한 손보사...9곳중 8곳 보험·투자정책 '0점'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9 14:45:19
  • -
  • +
  • 인쇄
KoSIF 국내 언더라이팅·투자정책 분석 결과
삼성화재 제외 8개 보험사 정책 자체가 없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인슈어링 아워 퓨처 코리아 스코어카드 2022' 표지 갈무리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기후리스크가 최대의 안보·경제 위협으로 지목받는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사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보험 인수심사나 투자정책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국내 대표 손해보험사의 언더라이팅(보험사가 보험가입 희망자의 계약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 과정) 및 투자정책을 분석해 점수를 매긴 '인슈어링 아워 퓨처 코리아 스코어카드 2022'(Insuring Our Future Korea Scorecard 2022)를 지난 28일 공개했다.

점수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9개 보험사 가운데 삼성화재를 제외한 8개 보험사가 석유 및 천연가스 언더라이팅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투자제한 정책을 수립한 보험사는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점수로 나타내면 석유 및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언더라이팅 정책 평균점수는 10점 만점에 1.5점, 투자정책은 1.7점이다.

▲2022년 국내 보험사 점수 현황 (자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알리안츠(Allianz), 악사(AXA), 스위스 리(Swiss Re) 등 글로벌 10대 손해보험사의 점수(언더라이팅 4.1점/투자 3.9점)에 미뤄볼 때 국제적인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수다. KoSIF는 "글로벌 10대 손해보험사 및 재보험사가 보험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 손해보험사는 글로벌 손해보험사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2022년 국내 글로벌 점수 비교 (10점 만점). (자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번에 KoSIF가 공개한 점수표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보험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글로벌 캠페인 '인슈어 아워 퓨쳐'(Insure Our Future)의 연례보고서와 동일한 문항 및 평가방법론을 적용한 한국형 스코어카드다.

인슈어 아워 퓨처는 매년 전세계 30개 주요 손해보험사와 재보험사를 대상으로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언더라이팅 및 투자 정책을 평가한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보험사들에게 지구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새로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지원을 중단하고 기존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 운영에 대한 지원을 1.5℃ 목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슈어 아워 퓨처는 지난 21일 30개 보험사 대표들에게 "보험이 없으면 대부분의 신규 화석연료 사업들은 시행될 수 없고, 기존 사업들은 계속해서 운영될 수 없다"면서 "사회의 리스크 관리자로서 보험사들은 이를 멈추기 위한 특별한 책임과 변화를 주도할 힘을 지녔다"며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언더라이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의 1.5℃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화석연료 생산량 가운데 석탄 9.5%, 석유 8.5%, 천연가스 3.4%를 매년 감산해야 한다. 국내 손해보험사의 경우 2018년부터 시작된 금융권의 탈석탄 주류화로 인하여 전반적으로 석탄 관련 정책 수립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석탄 언더라이팅 정책은 신규 석탄 보험으로 제한돼 있고, 기존 보험에 대한 단계적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22년 6월말 기준 9개 보험사의 총 화석연료 금융지원 규모는 약 105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석탄 관련 부보 잔액은 38조1000억원, 투자 잔액은 6조6000억원이었다.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부보 잔액은 56조8000억원, 투자 잔액은 3조1000억원에 달했다.

KoSIF는 보고서를 통해 보험산업은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언더라이팅·투자 대상 기업의 화석연료 관련 매출 비중, 설비, 생산량 등을 지표로 배제 또는 유의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자산의 출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화석연료 대체제인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변환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oSIF 양춘승 상임이사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기점으로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인게이지먼트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험산업의 역할을 금융당국,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공유해 보험산업의 변화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