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왜 안꺼질까?...건기에 강풍까지 "기후변화 영향"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1 12:25:27
  • -
  • +
  • 인쇄
마우이섬 발생한 산불 사흘째 '활활'
전형적인 '야생지 도시경계 화재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관광지 '마우이섬'이 사흘째 산불 진화가 어려운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8일 발생한 마우이섬 산불은 10일까지 진화를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산불의 기세가 더 강해지면서 마을을 통째로 태우며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산불로 수백년된 유적이 파괴되고, 1700채가 넘는 주택이 전소됐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53명이고, 하와이 당국은 앞으로 사망자가 더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소방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라며 "섬 서쪽지역을 폐쇄하고 응급구조대와 대피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소거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야생지 도시 경계 화재'라고 진단했다. 야생지 도시 경계 화재는 야지에서 발생한 불이 도시 등 밀집 거주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기후과학자 다니엘 스웨인(Daniel Swain) 박사는 "이번 화재는 초목에서 발생했지만 도시지역으로 확대되며 구조물을 태우는 전형적인 야생지 도시 경계 화재"라고 설명했다.


아직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학자들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면서 화력을 더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하와이 섬은 강풍과 낮은 습도로 화재발생 위험이 높고,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거주하는 기상학자인 제프 파월(Jeff Powell) 박사는 "하와이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고 허리케인 '도라'는 강한 바람을 몰고 왔다"며 "이 시기에 하와이는 북쪽의 고기압과 수백 마일 떨어진 도라와 관련된 저기압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압의 차이로 비정상적으로 강한 무역풍이 발생하면서 화염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또 허리케인 영향으로 강해진 바람은 전신주를 무너뜨렸고, 내리막길로 이동하면서 불길을 더 키웠다. 리노 네바다 대학교(University of Nevada, Reno)에서 대기과학을 연구하는 닐 라로(Neil Lareau) 교수는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내리막길 바람이 화재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구조물 손실의 60%와 사망자의 52%가 하강풍에 의한 화재로 인해 발생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 산불이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학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위기로 인해 마우이가 겪고 있는 산불과 같은 극심한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의 화재연구자인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Clay Trauernicht) 박사는 "우기에는 기니풀과 같은 식물이 하루에 15cm 넘게 자라며 높이가 최대 3m에 달할 수 있다"며 "건기에 이 풀이 마르면서 산불을 일으킬 수 있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더운 날씨와 건조한 환경, 강우량이 변덕스러운 상황에서 화재를 예측할수 없게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기후변화는 기온을 상승시켜 화재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마우이 화재처럼 바람이 불길을 더 번지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우이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재난은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기후위기가 부인할 수 없는 원인이다"고 경고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산림학부의 켈시 코프스-거비츠(Kelsey Copes-Gerbitz) 박사는 "이런 종류의 기후변화 관련 재난은 우리가 익숙한 대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복합적 상호작용이 실제로 재난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특히 많았다.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지역에서는 산불로 수만명의 사람들이 대피했으며 캐나다 서부도 화마에 휩싸였다. 거비츠 박사는 "이 지역들은 모두 올여름 극한 폭염을 겪은 곳"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이 역대 가장 더운 달"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