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 갇혀 살던 범고래가 53년만의 자유를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에 전미에서 범고래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Miami Seaquarium)은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범고래 '토키'(Toki)의 이같은 비보를 전했다. 사인은 신장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족관 측은 지난 며칠동안 토키의 건강이 악화됐으며 의료진이 적극 치료했지만 결국 숨졌다고 설명했다.
범고래 '토키' 혹은 '토키테'(Tokitae)는 공연명 '롤리타'로 더 잘 알려진 범고래다. 또다른 이름은 아메리칸 원주민 부족인 루미족이 지어준 '스칼리첼테너트'(Sk'aliCh'elh-tenaut)로 불리기도 했다.
태평양 북서부에서 태어난 토키는 4살 때 포획돼 마이애미의 수족관에 갇혀 지냈다. 수족관의 범고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키는 53년만에 바다에 방류될 예정이었으며, 이번주부터 운반용 슬링 착용 훈련을 시작한 참이었다. 토키가 죽자 그 슬링은 사체를 치우는 데 사용됐다. 사망 당시 나이는 57세였다.
범고래 토키의 죽음은 미국 전역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19일 저녁 워싱턴주 휘드비섬과 마이애미 해양수족관 밖에서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동물보호단체 페타도 18~19일 두 차례에 걸쳐 토키를 기리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잉그리드 뉴커크(Ingrid Newkirk) 페타 회장은 성명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키의 지옥같은 삶을 끝내고 해양보호구역에 풀어줄 것을 간청했지만 그 계획은 너무 늦었고 토키는 53년동안 갇혀지내며 단 1분의 자유조차 박탈당했다"고 비판했다.
페타는 대중으로 하여금 해양수족관을 방문하지 않음으로써 토키를 기릴 것을 촉구했다. 또 수족관이 보유 중인 다른 모든 고래들도 해양보호구역에 방생할 것을 수족관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토키가 지내온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 문제를 비판했다. 2021년 9월 미 농무부(USDA) 동식물검역국은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연으로 인한 토키의 턱 부상, 열악한 수질 등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2021년말 토키를 비롯한 수족관 동물들에게 썩은 생선을 먹이다 3주만에 돌고래, 점박이물범, 매너티가 폐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키의 소유주는 범고래를 야생에 풀어주면 전문적인 보호와 먹이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랫동안 방생 요구를 거절해온 바 있다.
미 해양대기청 고래연구센터는 토키의 죽음에 대해 "그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비통함을 전했다.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토키가 속한 미 남부 야생 범고래의 최근 개체수는 73마리다.
범고래를 한 공동체로 여기며 토키의 자유를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루미족도 애도를 표하며 "우리의 마음은 이번 소식에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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