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덮친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됐다. 극한가뭄으로 나뭇가지와 풀이 바싹 메말라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적설량 감소와 낮은 습도가 화재가 번지기 쉬운 대기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과 캐나다 산림청(Canadian forest service), 캐나다 천연자원부(Natural Resources Canada) 등으로 구성된 국제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캐나다 산불의 강도가 20%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산불의 발생 빈도도 최소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캐나다는 올해 발생한 산불로 그리스 면적보다 넓은 14만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됐다. 지난 6월에 발생했던 산불로 인해 캐나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산불 연기가 번지면서 당시 뉴욕의 대기오염은 앞이 안보일 정도로 최악의 상태였다. 이 연기는 남미의 대기까지 오염시켰다. 그런데 7월에 캐나다에서 또다시 산불이 발생했고 아직도 완전히 진화되지 못한 상태다.
연구진들은 "전례없는 산불은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이같은 일은 일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의 얀 불랑저(Yan Boulanger) 박사는 "올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의 심각성을 설명하기에는 '전례없는'이라는 단어도 부족하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나뭇가지나 건초 등이 훨씬 쉽게 불타오르게 됐는데 이는 한번의 작은 불꽃도 바로 화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온도와 풍속, 습도 및 강우량을 조합해 화재 기상지수를 측정했다. 화재 기상지수는 산불 등 대형 화재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그 결과, 캐나다 산불이 일어난 5월~7월 사이에 기후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시기에 발생한 화재는 기후위기로 인해 20% 더 강력했다.
물론 기후위기 자체가 산불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산의 나뭇가지나 풀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한번 불이 붙으면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번지게끔 만든다. 실제 캐나다의 경우 5월과 6월 사이 전국의 평균기온이 0.8℃ 상승했다. 더욱이 봄철 내내 이어진 낮은 습도와 적설량 감소는 산불이 번지기 좋은 건조한 환경을 만들었다.
몬트리올 퀘벡대학교(Université du Québec à Montréal)의 필립 가숑(Philippe Gachon) 박사는 "전통적으로 많은 적설량이 캐나다의 산불을 예방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한다"며 "올해는 특히 퀘벡 동부에서 5월 내내 높은 기온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눈이 빠르게 녹아 증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 기후에서 눈이 계속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캐나다에서 매년 더 많은 산불이 타오를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연구진들은 "사실 이전에는 개별 사건을 기후위기와 연관짓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과학계에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원인 규명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극한 날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강력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가령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럽, 중국을 강타한 폭염이 기후위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기온 상승으로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세계 숲에 부싯돌이 나뒹굴고 있다"며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하지 않는 한 산불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해 더 넓은 지역을 더 오랜시간 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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