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회복으로 '구름조금'
'푸른 용의 해'인 2024년 우리나라 산업의 기상도는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가 7일 발간한 10개 주요 업종별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조사'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맑음',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디스플레이 업종은 '구름조금',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분야는 '흐림', 건설업종은 '비'로 예보됐다.
'맑음'이 예보된 제약·바이오 업종은 신약 파이프라인(신약을 도출해내는 후보물질) 개발이 증가하면서 그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1800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중이다. 기업들의 공격적 연구개발(R&D) 투자로 2024년에도 신약 후보물질이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한국 신약은 2020~2021년 2년동안 1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 2건, 2023년에 3건으로 늘어났다.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출범, K-바이오 백신펀드 결성, 한국형 ARPA-H 추진 등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산업에 활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오는 '맑음'···반도체·자동차는 '구름조금'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기계, 디스플레이 등은 2024년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모두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서버 등 IT시장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시장규모는 13.9% 성자하고,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노력과 수급조절 등으로 메모리 단가가 올라가면서 내년 수출도 올해보다 15% 내외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업종은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의 수요 정상화와 하반기 금리인하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내년 수출액이 올해보다 1.9% 증가한 275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또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가 차량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전기차 저가 공세와 일본의 하이브리드차(HEV) 선전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수의 경우 전년도 반도체 공급 개선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경기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1.7% 감소할 전망이다.
조선업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LNG선 등 친환경 선박의 추가발주가 호재요인으로 꼽혔다. 2023년 11월 기준 전세계 친환경선박 발주량 중 45.3%가 한국 수주이며, 2년 사이에 LNG선 발주량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친환경선박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불확실성과 해운시황의 더딘 개선 등이 하방리스크로 꼽힌다.
일반기계 업종 역시 주요국과 신흥국이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산업용 기계류 수요 증가라는 호재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수출흐름도 7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 중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1.1% 증가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2년 기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 자국산업 보호 정책은 불안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자동차·IT제품에 적용되는 OLED 수요가 확대되면서 해당분야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새해 IT분야 글로벌 OLED 시장은 올해 대비 148.8%, 자동차분야의 경우 7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중국 등 경쟁국이 OLED 양산기술 개발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직접환급제(Direct Pay) 도입,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 일몰기한 연장 등 투자활성화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주목받던 이차전지는 '흐림'···건설업종은 '비'
철강·석유화학은 공급과잉 우려로, 이차전지는 수요위축 우려로 '흐림'이 예보됐다.
새해에도 국내 전방산업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도 철강산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자국의 수요 둔화로 적극적인 해외수출이 이뤄졌다. 우리 국내시장 유입도 확대돼 2023년 기준(1~10월) 전년대비 중국산 수입이 34.6% 급증했다. 또 가장 큰 수요산업인 건설의 경기침체 등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국내 수요 정체와 높은 수요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아세안 지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쟁국들의 수출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어 수출시장의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흐림'이다. 중국 중심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기초원료인 에틸렌 공급과잉 규모는 최근 10년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는 2013년보다 50% 증가한 2.3억톤으로 예상된다. 이는 특히 중국이 최근 4~5년간 자급률 상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다. 국제유가 상승 및 국내 생산시설 가동 정상화는 긍정 요인이지만, 여전히 공급과잉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해 극적인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시현한 이차전지 분야는 '흐림'으로 전망됐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등이 결합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포드, GM,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투자계획을 철회·연기하고 있다.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한 배터리 가격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이것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다시금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우려되는 중국 내 배터리 공급과잉 역시 직간접적으로 배터리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LFP배터리를 사용하는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건설산업은 '비'로 예보됐다.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경기 선행 지표인 건설수주액이 2023년 9월까지 전년동기대비 26%가량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건설금융 비용부담이 증가했고, 부동산 PF 자금 유동성 경색에 따라 공사비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건설산업의 부진을 예상했다. 다만 내년도 주요 SOC 예산 증가에 따라 공공부문 공사 수주가 확대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주요산업 전반에 수출회복 흐름이 예상되긴 하나, 중국의 생산능력 향상과 주요국의 자국산업 보호 노력에 따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R&D·혁신 노력과 더불어 민간부문의 회복 모멘텀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투자보조금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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