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 효과 미미한데 무탄소처럼 홍보"
포스코가 전면에 내세운 탈탄소 브랜드 '그리닛'(Greenate)이 탄소저감 효과가 미미한 철강제품을 무탄소 철강처럼 홍보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18일 기후솔루션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그리닛'을 홍보한 포스코를 그린워싱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위반)로 신고했다. 이는 지난 9월 공정위가 환경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하고, 환경부가 지난 10월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첫 위반신고 사례다.
기후솔루션이 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광고는 '그리닛 스틸'의 서비스 브랜드인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과 '그리닛 밸류체인'이다. 이 두 브랜드는 실제 탄소저감 효과가 그다지 없는데 마치 기후대응과 환경보호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 그리닛 인증 강철)은 '탄소배출량 0'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탄소배출 저감은 거의 없으면서 이른바 '서류상'으로 만들어낸 탄소배출 제로 철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이명주 철강부문 책임은 "이런 제품을 탄소배출 0 철강으로 앞세워 홍보하는 것은 쉽게 친환경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사례"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해당 제품을 지난 6월 출시하면서 LG전자에 건조기 부품 소재로 200톤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고 홍보한 바 있다.
'그리닛 인증철강'이 탄소배출량 제로가 될 수 있는 것은 '매스 밸런스'(mass balance)라는 계산 방식 때문이다. 지난 6월 포스코가 '매스 밸런스' 방식으로 인정받은 실적은 59만톤이다. 하지만 이 59만톤은 지난 2022년 포스코가 배출한 탄소배출량 7019만톤 가운데 0.8%에 불과하고, 실제 무탄소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이 아닌 일부 강철에 해당 실적을 '몰아줘서' 내놓은 것이라는 기후솔루션의 지적이다.
이같은 '매스 밸런스' 방식의 무탄소 철강제품이 허용되면 시급한 철강부문의 탈탄소 전환이 더뎌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량의 탄소만 감축해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에는 무탄소 철강을 팔고, 느슨한 저개발국가에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철강을 계속해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철강기업들은 굳이 생산방식을 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 없이 석탄기반 고로를 계속해서 유지하게 된다.
'그리닛 벨류체인'은 위장광고로 신고당했다. 이 브랜드의 제품들은 탄소배출의 실제 저감 노력은 전혀 없으면서 단지 '고품질의 제품이라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는 희망사항에 불과한 저감 내용만 있다. 일례로 '이노빌트'(Innovilt) 경우 건물에 들어가는 철강 자재인데, 고객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친환경' 요소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또다른 브랜드 '그리너블'(Greenable) 역시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시설에 쓰인다는 이유로 친환경 브랜드로 홍보하는데, 탄소배출량은 기존 철강 제품과 아무 차이가 없는데 단지 '친환경적인 곳'에 쓰인다는 이유로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들어 기후솔루션은 이날 공정위에 포스코의 그리닛을 그린워싱 브랜드로 신고하고,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강남구 테헤란로 440) 앞에서 규탄 액션을 진행했다. 기후솔루션의 이관행 변호사는 "포스코가 진정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이와 같이 표면적이고 과장된 친환경 마케팅보다,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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