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단상] '백년동안의 고독'...진정한 연금술을 말하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4-01-10 10:42:51
  • -
  • +
  • 인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G.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연금술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 연금술은 무엇을 의미할까?

연금술은 중세 이래 이어져오는 비전의 기술로서 금속을 황금으로 만드는 길을 추구했다. 현대과학에 익숙한 오늘날의 시선에서는 다분히 미신적이고 주술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연금술을 통해 화학 및 근대과학이 발전했고, 그 실험정신과 줄기찬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한편 문학 및 영성의 영역에서 연금술은 차원 높은 은유로 받아들여진다.

현대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불과 글>에서 연금술을 진지하게 언급한다. 이 책에서 아감벤은 오늘날의 문학 혹은 우리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거듭 상기시킨다. 그것은 '불'이라는 은유로 표현되는 '신비'다. 아감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글쓰기와 문학이 잃어버린 신비의 불을 복원하도록 자극한다. 열번째 에세이 '창작 활동으로서의 연금술'에서 아감벤은 작품 활동과 작가의 삶의 관계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그것은 글을 쓰는 주체의 '자기 연단'을 통한 자기 변형이다. 즉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변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위한' 작업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활동이다. 아감벤은 자기 연단과 작품의 생산이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연금술의 예를 들면서 설명한다.

연금술의 비전(秘傳)에 의하면 연금술은 단지 금속을 변형시키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금술사들의 신비주의적 경험이 물질에 투영되는 것이었다. 즉 연금술에 사용되는 금속은 결코 천한 금속이 아니고, 현자의 금이나 평범한 금도 아니며, 결국에는 연금술사 자신이 '현자의 돌'이 된다. 아감벤은 연금술의 시도를 자기 연단과 작품의 창조를 가장 완벽하게 일치시키려는 시도로 간주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언어의 신비로운 변형을 추구해야 하는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아감벤은 이윽고 자기 연단을 미셸 푸코가 말하는 '자기 배려'와 연결시킨다. 글쓰기의 윤리는 자기 연단 혹은 자기 배려다. 그것은 '존재한다'는 행복감과 관련된다. "행복은 오로지 하나의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가능하다. 자기 배려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작품 만들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자기 배려에는 필연적으로 연금술이 필요하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는 연금술 모티브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연금술사로서의 집시 멜키아데스, 연금술 실험을 줄기차게 이어가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아들 아우렐리아노, 그의 증손자 아우렐리아노는 비밀의 방과 같은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공부한다. 연금술적 비전은 멜키아데스가 쓴 양피지에 담겨 있다. 소설의 마지막부에서 아우렐리아노는 양피지의 문자와 비밀을 모두 해독한다, 그것은 역사와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부엔디아 가문의 운명과 관련된 예언들이다. 불멸의 존재로 그려진 멜키아데스는 삶의 연금술을 완성한 깨달은 자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아울러 고전학자였다가 마콘도 마을의 서점주인인 '현명한 카탈루나 사람'은 가게 안에서 언제나 글쓰기에 열중한다. 그는 '현명한 할아버지'로 불린다. 일종의 현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글과 책과 문학에 대한 심오한 말들을 남긴다.

그는 알폰소가 원고 꾸러미를 잃어버리자 '그것이 바로 문학의 운명이 아니냐'고 말한다.

자신이 쓴 3박스의 원고 상자를 열차 객실로 들여보내지 못하게 하고 탁송하라는 직원에게는 이렇게 호통친다.
"사람은 1등 객실에 타면서 문학은 화물 취급을 받아?"

고향땅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서점에 진열된 모든 책들을 아우렐리아노와 친구들에게 공짜로 넘겨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똥더미는 너희들에게 주고 가마."

대서양의 여객선 안에서 써서 아우렐리아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글귀가 담겨있다.
'자기가 세상이나 인간의 마음에 대해 가르친 모든 것을 몽땅 잊어버리고, 호라티우스도 다 개수작이고, 어디를 가든지 간에 과거란 모두가 거짓이란 것을 알아야 하며,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지나간 봄은 하나도 되찾을 수 없으며, 사랑은 아무리 거칠거나 깊다고 해도 결국은 한순간의 진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돌을 금으로 바꾸거나, 상품을 생산해 황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쓰기를 통해 자신을 변형해 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똥 덩어리를 만드려는 헛된 노력들을 그만두고 진정한 연금술을 행하라는 것이 G. 마르케스의 메시지가 아닐까. 흥미롭게도 그 연금술은 아마 부단한 공부와 머나먼 길을 떠나는 여행 그리고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음을 소설은 암시한다. 그 연금술의 신비는 종이 혹은 양피지 위에 새겨진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도권 대체매립지 4차만에 2곳 응모...기초지자체 합의가 '변수'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에 민간 2곳이 응모했다.기후에너지환경부와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는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대체 매립지

英 개도국 폐플라스틱 수출 84% '껑충'...재활용 산업 '뒷걸음'

영국 정부가 매년 60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방치하면서 자국 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규모를 쪼그라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불의 고리' 이틀만에 또...필리핀 규모 7 강진에 쓰나미 경보까지

'불의 고리'에서 연속적으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일 대만 화롄 지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10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해안

발암물질 PVC로 포장금지 5년...생고기 포장 여전히 랩으로 '둘둘'

사용이 금지된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을 포장재로 이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국민의힘) 의원이 지

지난해 국내은행 탄소배출량 1.52억톤...목표치 '미달'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온실가스 감축규모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8일 한국은

[주말날씨] 가을 장마인가?...주말내내 '비소식'

추석 연휴 내내 오락가락 하던 비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지겠다.비는 수도권과 강원 그리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10일부터 토요일인 11일까지 이어지겠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