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수상한 G.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연금술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 연금술은 무엇을 의미할까?
연금술은 중세 이래 이어져오는 비전의 기술로서 금속을 황금으로 만드는 길을 추구했다. 현대과학에 익숙한 오늘날의 시선에서는 다분히 미신적이고 주술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연금술을 통해 화학 및 근대과학이 발전했고, 그 실험정신과 줄기찬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한편 문학 및 영성의 영역에서 연금술은 차원 높은 은유로 받아들여진다.
현대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불과 글>에서 연금술을 진지하게 언급한다. 이 책에서 아감벤은 오늘날의 문학 혹은 우리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거듭 상기시킨다. 그것은 '불'이라는 은유로 표현되는 '신비'다. 아감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글쓰기와 문학이 잃어버린 신비의 불을 복원하도록 자극한다. 열번째 에세이 '창작 활동으로서의 연금술'에서 아감벤은 작품 활동과 작가의 삶의 관계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그것은 글을 쓰는 주체의 '자기 연단'을 통한 자기 변형이다. 즉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가의 변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위한' 작업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활동이다. 아감벤은 자기 연단과 작품의 생산이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연금술의 예를 들면서 설명한다.
연금술의 비전(秘傳)에 의하면 연금술은 단지 금속을 변형시키는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금술사들의 신비주의적 경험이 물질에 투영되는 것이었다. 즉 연금술에 사용되는 금속은 결코 천한 금속이 아니고, 현자의 금이나 평범한 금도 아니며, 결국에는 연금술사 자신이 '현자의 돌'이 된다. 아감벤은 연금술의 시도를 자기 연단과 작품의 창조를 가장 완벽하게 일치시키려는 시도로 간주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언어의 신비로운 변형을 추구해야 하는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아감벤은 이윽고 자기 연단을 미셸 푸코가 말하는 '자기 배려'와 연결시킨다. 글쓰기의 윤리는 자기 연단 혹은 자기 배려다. 그것은 '존재한다'는 행복감과 관련된다. "행복은 오로지 하나의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가능하다. 자기 배려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작품 만들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자기 배려에는 필연적으로 연금술이 필요하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는 연금술 모티브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연금술사로서의 집시 멜키아데스, 연금술 실험을 줄기차게 이어가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아들 아우렐리아노, 그의 증손자 아우렐리아노는 비밀의 방과 같은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공부한다. 연금술적 비전은 멜키아데스가 쓴 양피지에 담겨 있다. 소설의 마지막부에서 아우렐리아노는 양피지의 문자와 비밀을 모두 해독한다, 그것은 역사와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부엔디아 가문의 운명과 관련된 예언들이다. 불멸의 존재로 그려진 멜키아데스는 삶의 연금술을 완성한 깨달은 자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아울러 고전학자였다가 마콘도 마을의 서점주인인 '현명한 카탈루나 사람'은 가게 안에서 언제나 글쓰기에 열중한다. 그는 '현명한 할아버지'로 불린다. 일종의 현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글과 책과 문학에 대한 심오한 말들을 남긴다.
그는 알폰소가 원고 꾸러미를 잃어버리자 '그것이 바로 문학의 운명이 아니냐'고 말한다.
자신이 쓴 3박스의 원고 상자를 열차 객실로 들여보내지 못하게 하고 탁송하라는 직원에게는 이렇게 호통친다.
"사람은 1등 객실에 타면서 문학은 화물 취급을 받아?"
고향땅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서점에 진열된 모든 책들을 아우렐리아노와 친구들에게 공짜로 넘겨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똥더미는 너희들에게 주고 가마."
대서양의 여객선 안에서 써서 아우렐리아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글귀가 담겨있다.
'자기가 세상이나 인간의 마음에 대해 가르친 모든 것을 몽땅 잊어버리고, 호라티우스도 다 개수작이고, 어디를 가든지 간에 과거란 모두가 거짓이란 것을 알아야 하며,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지나간 봄은 하나도 되찾을 수 없으며, 사랑은 아무리 거칠거나 깊다고 해도 결국은 한순간의 진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돌을 금으로 바꾸거나, 상품을 생산해 황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쓰기를 통해 자신을 변형해 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똥 덩어리를 만드려는 헛된 노력들을 그만두고 진정한 연금술을 행하라는 것이 G. 마르케스의 메시지가 아닐까. 흥미롭게도 그 연금술은 아마 부단한 공부와 머나먼 길을 떠나는 여행 그리고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음을 소설은 암시한다. 그 연금술의 신비는 종이 혹은 양피지 위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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