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해결책 효과없다?...새로운 '기후음모론' 교묘하게 확산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1-17 16:12:46
  • -
  • +
  • 인쇄
▲보고서 표지 (출처=디지털혐오대응센터)


기후행동에 대한 무용론과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기후 음모론'이 최근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비영리단체 디지털혐오대응센터(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 CCDH)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확산되고 있는 '기후 음모론'은 기후과학뿐만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등 기후행동에 대한 불신까지 포함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CCDH은 "지난 6년간 유튜브, X(옛 트위터)에 게시된 1만2000개가 넘는 기후 음모·부정론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새로운 부정'을 설파하는 영상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며 "이 동영상들의 조회수는 3억2500만뷰 이상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기후 음모론'은 만연했다. 그런데 최근 나돌고 있는 '기후 음모론'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음모론과 달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엑서터대학교(Exeter university) 정보사회학과 연구진은 "음모론 가운데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영상은 3분의 1로 감소했다"며 "일례로 기상학적 증가가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는 빙하기 주기로 인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대신 최근에는 기후행동의 무용함을 주장하는 쪽으로 '기후 음모론'이 바뀌고 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의 결과가 무해하다거나, 심지어 유익하다는 주장, 기후과학은 신뢰할 수 없거나 기후해결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희토류의 채굴을 생각하면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3배나 많은 독성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미국 환경보호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uthority)은 전기차의 수명과 제조과정을 고려하더라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내연기관보다 더 적다는 사실을 입증했는데도 이같은 영상이 버젓이 떠돌고 있다.

또 미국의 정책 싱크탱크인 하트랜드연구소(Heartland Institute)는 "풍력발전으로의 전환은 산림, 야생동물 서식지, 평야를 파괴해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보다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하는 면적은 기존 화석연료 산업의 현재 면적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의 정치적 음모론과 기후 음모론이 결합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미디어기업 더블레이즈(TheBlaze)는 자사 엑스(X) 계정에 "기후변화가 올여름 하와이 산불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독재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고 기후변화는 글로벌 엘리트들이 대중을 조종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임란 아메드(Imran Ahmed) CCDH 대표는 "음모론을 막기 위해 정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방법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기후 음모론'을 마땅히 규제할 방법도 없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기후를 부정하는 콘텐츠의 수익창출과 확산을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유튜브는 "기후변화의 존재와 원인에 대해 과학적 합의와 모순되는 영상은 광고게재를 금지해 수익창출을 막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음모론은 대안과학이나 토론의 탈을 쓰고 이같은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유튜브는 "공공정책이나 연구를 포함해  기후변화 주제토론이나 논의는 허용한다"며 "콘텐츠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선을 넘으면 해당 동영상에 대한 광고게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유튜브는 "논란이 되는 동영상 아래에 정보패널을 표시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튜브는 자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동영상을 분류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기후 음모론을 근절시키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CCDH은 "새로운 형태의 기후 음모론은 인공지능 모델이 '음모론'이라고 분류하는 선을 교묘하게 피해간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만(Michael Mann)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후 부정론자들이 노골적인 부정에서 벗어나 비활동주의로 옮겨가고 있다"며 "기후 편향, 분열, 과도한 절망이나 운명론을 통해 기후행동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쿠팡 물류센터 50대 근로자 사망...쿠팡 산재로 번질까 '화들짝'

연일 35℃에 달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연합

기후/환경

+

[날씨] 내일까지 중서부 '세찬 비'...가뭄 겪는 강릉은 '찔끔'

25일 인천과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비는 중부지방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26일까지 이어지겠다. 서쪽과 중부지역은 매우 강하게 비가 내리겠지만 현재

3V 저전력으로 CO2 95% 포집 기술 '세계 최초' 개발

3볼트(V) 스마트폰 충전전압 수준의 저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아마존 보호해제...브라질 '콩 모라토리엄' 19년만에 중단

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콩 모라토리엄'을 19년만에 중단하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브라질

'나무' 심는 지역에 따라 온도 낮추는 '냉각효과' 다르다?

열대지방에 나무를 심으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수 및 기후완화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우주 태양광' 무탄소 전력의 대안?..."유럽 재생에너지 80% 대체 가능"

정지궤도 위성에서 수집한 태양광(SBSP)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유럽지역 재생에너지의 80%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우주 태양광'이 무

트럼프,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 강제 재가동...비용은 소비자몫

재생에너지를 배척하고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폐쇄 예정이던 석탄발전소를 강제로 재가동시켰다.20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