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붙였다...한전, 해외채권 '그린워싱'으로 고발당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1 11: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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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채권 축소요구에 해외 눈돌려
글로벌 녹색채권으로 화석연료 채무상환


한국전력공사가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에서 '그린워싱' 채권을 발행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21일 기후솔루션은 그린워싱 의혹이 있는 글로벌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전을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각각 표시광고법 위반, 환경기술산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20일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 2022년 16억달러, 2023년 10억달러, 올들어 12억달러 등 최근 3년간 우리 돈으로 5조원 규모의 '글로벌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을 발행했다. 글로벌 녹색채권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에너지효율 개선, 중소기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의 부문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대부분 화석연료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아 '그린워싱'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이 발간한 '2023 녹색채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도 발행한 글로벌 녹색채권 16억달러 가운데 태양광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 등에 절반 수준인 약 8억1000만달러만 할당했다. 나머지 미할당된 수익금의 사용처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한전은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한 재무구조 탓에 최근 2년여간 총 50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며 "해외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대부분은 이 화석연료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전의 글로벌 녹색채권 발행을 주관한 해외 금융기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발행 주관사로 나선 곳은 시티그룹(Citigroup),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 Securities), 스탠다드차타드 은행(Standard Chartered Bank), 미즈호(Mizuho) 총 4개 투자은행이었다. 이들 은행은 석탄투자 배제 방침을 밝히며 기후위험 관리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규 고객'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거나 석탄의존도 산정방식이 느슨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영락없는 석탄발전 기업인 한전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전은 구매전력중 석탄발전 비중이 33%이고, 한전이 100% 소유한 발전자회사의 생산전력 40%가량이 석탄으로부터 나온다.

국내에서는 '한전채 블랙홀' 현상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채권발행 축소를 요구해 발행비중을 낮췄지만, 여전히 적자 사태라는 급한 불을 끄지 못한 한전은 계속해서 해외 경로를 통해 그린워싱 채권을 계속해서 발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오는 4월중 위 4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신고·고객불만을 제출한 뒤, 충분한 소명이 없을 경우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다.

기후솔루션 이관행 변호사는 "현재 녹색채권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경성규범이 부재한 상태로 녹색채권 시장에서 그린워싱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다"며 "녹색채권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기에 활발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명확한 규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수도꼭지 역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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