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가능한 종이코팅제 개발..."바다에서도 석달만에 82% 생분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7 11:09:23
  • -
  • +
  • 인쇄
연세대-카이스트 연구팀 공동연구 결과
지속가능하고 친환경 종이 코팅 가능해
▲국제학술지 그린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최신호 뒷표지에 실린 해양 생분해성 고성능 종이 포장재 'KP-PBH' (사진=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토양과 물뿐만 아니라 분해가 잘 되지 않는 바다에서도 생분해 가능한 코팅제를 개발하고 이 코팅제를 적용한 종이 패키징 소재를 개발했다. 종이포장재 대부분은 겉면에 플라스틱 소재로 코팅돼 있어 분해와 재활용이 어려운데 이 코팅제를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오염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명재욱 교수와 생명과학과 양한슬 교수, 연세대학교 패키징및물류학과 서종철 교수연구팀은 생분해성 종이 포장재 'KP-PBH'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종이는 친환경 소재지만 종이 포장재는 수분과 산소 차단성을 높이기 위해 폴리에틸렌(PE),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등을 코팅제로 활용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힘든 소재로 분류된다. 특히 코팅제로 사용되는 물질은 석유유래 소재들이어서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유발한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플라스틱의 분해 과정에서 생성돼 바닷속과 해수면을 수백년 이상 떠다니는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종이 포장재를 대체하는 소재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바이오 기반 물질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을 활용해 개발된 패키징 소재들의 상당수는 성능이 향상될수록 생분해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세대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비닐알코올(polyvinyl alcohol)에 붕산(boric acid)을 섞어 종이에 적용한 'KP-PBH' 필름을 제작했다. 이 필름을 종이에 코팅한 결과, 산소나 수증기에 우수한 차단성을 보였고 기존 포장재보다 물리적 강도도 높았다. 특히 다습한 환경에서도 높은 인장강도를 유지해 종이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했다.

▲산소투과도, 수증기투과도, 내유성, 인장강도 등 'KP-PBH'(빨간색 그래프)의 물성이 기존 소재들에 비해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 연구팀은 개발한 코팅 종이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생분해도와 생체적합성을 심층 검증했다. 특히 생분해가 일어나기 가장 어려운 환경인 해양환경을 모방한 실험실에서 'KP-PBH' 코팅지의 생분해도를 측정했더니, 111일만에 59~82%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결과를 얻었다. 또 실험쥐에게 'KP-PBH'를 녹여 한달간 공급 후 핵심적인 주요 조직에 염증 반응이 생겼는지 알아보는 체내 생체적합성 실험을 수행했는데, 조직 손상이나 종양 등 건강 이상 신호도 발견되지 않아 신경독성도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최신형 박사과정 연구원은 17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바다는 토양이나 하수처리장보다 미생물도 적고, 온도도 낮아서 분해가 어렵다"면서 "생분해 제품 대부분은 바다에서 몇 백년동안 분해가 안될 수 있는데, 연구팀이 개발한 종이 패키징은 코팅과 종이가 한번에 분해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위적인 퇴비화 조건이나 하수처리 시설이 아닌 자연환경에서도 이 종이 패키징은 분해될 뿐만 아니라 저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버려지더라도 환경오염을 심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서종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난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의 대체가 가능한 친환경 종이포장 기술을 개발했으며 소재 디자인, 응용, 폐기 등 기초부터 응용 전과정의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산업적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친환경 지속가능과학·기술분야 국제학술지 '그린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식품과학·기술분야 국제학술지 '푸드케미스트리'(Food Chemistry)에 각각 4월 17일, 2월 19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쿠팡 물류센터 50대 근로자 사망...쿠팡 산재로 번질까 '화들짝'

연일 35℃에 달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연합

하이브 레이블 어도어, 이도경 신임 대표이사 선임

하이브 뮤직그룹의 레이블 어도어(ADOR)는 20일 이도경 부대표(VP)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어도어는 이 신임 대표의 선임 배경에 대해 음

남양유업, 종이팩·멸균팩 재활용한 백판지 '포장지로 사용'

남양유업이 멸균팩을 재활용해서 만든 포장지를 사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남앙유업은 지난 5월 천안시, 제지업체 등 8개 기관∙업체와 '종이

빵부터 트럭 20대까지...SPC, 푸드뱅크에 3200억 기부

푸드뱅크에 빵과 아이스크림 등을 기부해온 SPC그룹이 기부식품 배송용 차량도 앞으로 5년간 계속 기부하기로 했다.SPC그룹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

기후/환경

+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씻을 물은커녕 마실 물도 부족...가뭄에 메말라가는 강릉

수도권과 남부지역은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것과 달리, 강원도 강릉은 심각한 가뭄으로 현재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21일 농촌영수종합정보시

열대 조류, 70년간 폭염으로 38%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오르고 폭염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동물은 사람과 달리 더위를 식힐 방법

[날씨] '처서 매직' 실종…주말까지 36℃ '찜통더위'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처서'인 23일까지 전국이 36℃에 달하는 '찜통더위'에 시달릴 전망이다.21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분해하는 새 촉매 개발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쉽게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CCS연구단 이신근 박사 연구

내연기관차 '전기차'로 전환하면 보조금...내년 400만원까지 확대

내년부터 내연기관 차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할 때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보조금은 1대당 평균 400만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김성환 환경부 장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