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탄소감축 성공의 열쇠...'스코프3'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4-09-20 1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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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빙하, 해수면의 상승, 이어지는 폭염 그리고 기록적인 홍수... 더워지는 지구가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심각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경고해주고 있다. 그럴수록 지구온난화를 가져온 이산화탄소의 감축은 인류에게 더 중대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문제가 계속 곪아가고 있지만 대응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산업화 이전에 대비한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해야 하는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선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기업에 쏠리고 있다. 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탄소를 내보내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화학 공정과 보일러 등 기업이 소유·통제하고 있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탄소배출인 '스코프1'(Scope1)이 있다. 다음으로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하는 전기와 동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코프2'(Scope2)가 있다. 끝으로 기업 밖의 가치 사슬 전반에서 배출되는 탄소인 '스코프3'(Scope3)가 있다. 스코프3는 기업의 제품 구매 과정인 업스트림과 판매 및 유통 과정인 다운스트림으로 구분된다.

기업은 어느 곳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을까? CDP와 BCG의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스코프3 배출은 스코프1과 2를 합한 양의 무려 26배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의 탄소배출이 스코프3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 스코프3 배출 비율을 보면 금융서비스업이 100%로 제일 높고 다음으로 자본재 99%, 운송 98%, 부동산 93%, 건설 92%, 석유 및 가스 89% 등 순이다. 이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스코프3를 제외하고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업 외부의 스코프3를 간과하고 내부 공정 등에서의 탄소감축에만 집중하는 것은 핵심을 회피하고 주변만을 건드리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RE100도 스코프1과 2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CDP를 통해 스코프3 업스트림의 감축 목표를 공시한 기업은 15%에 불과하다.

스코프3의 중대성이 이처럼 큰 만큼 ESG 제도들은 이를 중시하고 있다. 먼저 공시제도. 2023년 6월에 발표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최종안은 시행 시기를 원칙적으로 2025년으로 하고 스코프3 공시 시기는 2026년으로 정했다.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도 스코프 1·2·3 모두를 공시 대상으로 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연매출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이 스코프 1·2·3 배출량을 모두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최종안은 공화당과 기업의 반발을 고려해 초안에 있었던 스코프3 공시를 뺐다.

관련 제도를 준비 중인 한국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96%의 기업(상의 조사)이 반대 또는 유예 의견을 내놓고 있어 스코프3에 대한 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지난 7월 25일 발표된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도 기업들이 스코프1·2·3를 고려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전환 계획을 매년 실행하고 검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점은 탄소감축의 성패가 스코프3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채 10%도 되지 않는 스코프1과 2만을 가지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스코프3 배출을 어떻게 줄여나가야 할까? 픽 파이츠(Fig Bytes)는 '스코프3 감축에 협력업체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통해 탄소배출이 많은 공급망의 활동을 선별해 여기에 감축 노력을 집중시킬 것을 제안한다. 또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제재 같은 채찍보다는 지원 등 인센티브를 더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맥킨지도 반도체 업계의 사례를 들어 스코프3 탈탄소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맥킨지는 소수 협력업체가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이들 소수업체에 감축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혁신적인 저탄소 생산방식 도입 등을 지원해 협력업체의 탈탄소화를 유도하고 기계 부품의 수명 연장과 재활용 촉진을 통해 폐기물을 감축해갈 것을 권고한다. 또 저탄소 원료 사용 등으로 원자재 사용을 효율화하고 제품 사양을 변경해 배출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소비단계에서의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가구 제조기업인 이케아의 접근이 눈에 띈다. 이케아의 경우 제품 사용단계에서 나오는 탄소량이 스코프 1·2·3의 20%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이 기업은 판매 제품의 전력 사용 효율을 50% 이상 올리는 목표를 추진했다.

물론 스코프3 배출을 줄이는 것은 기업에 도전적인 일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협력업체에 분산돼 있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의 '2024 지속가능성 행동 분석'에서 응답 기업들은 스코프3 배출을 측정하는 데 있어 직면하는 어려움으로 협력업체 데이터의 신뢰성 부족, 일관성 있는 산업표준 미비, 교육 미흡 그리고 데이터 가용성 문제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극복의 대상이지 이미 대세가 된 스코프3 감축의 장애물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스코프3는 기업의 탄소감축의 성패를 쥐고 있는 열쇠다. 그렇기에 각국의 공시 제도 대부분이 이를 포함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과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협력사와 투자 대상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어 스코프3 공시는 당연시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ESG 경영에 앞서가고 있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코프3 공시는 물론 탄소감축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이같은 흐름은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를 잡아갈 전망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저탄소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냐 아니면 자꾸 미루다 '구시대의 화석연료 기업'으로 남을 것이냐의 두 갈래 길에서 한국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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