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스로 에너지안보·온쇼어링 이점 인식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청정에너지 산업에 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잠시 주춤할 뿐 청정에너지 전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것으로 나오면서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 태양광 ETF인 맥글로벌태양광에너지지수는 10%,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가장 큰 넥스트라에너지 주가는 6.2% 하락했다. 글로벌 풍력업체 오스테드와 베스타스는 14%가량 하락했다.
이는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트럼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IRA는 지난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청정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에 3900억달러(약 545조원)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트럼프는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며 아직 집행되지 않은 IRA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IRA를 완전히 폐지해 청정에너지 산업을 돌이키기엔 이미 상당량 IRA 보조금이 집행된 상황이다. 미국 내 기업들이 선언한 청정에너지 투자금액만 2650억원(약 370조원)에 달하고, 340만명의 미국 시민들이 에너지효율 관련, 25만명은 전기차 관련 세금공제를 받았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행된 IRA 지원금의 80%는 공화당 지역구에 투입됐고, 가장 많은 IRA 투자를 받은 10개 지역구 가운데 9개가 공화당 우세 지역이라는 분석이다.
IRA 폐지는 미국의 은행들도 원하지 않는 조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조세감면 혜택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하는 신규업체들이 초기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주요 은행들이 신규업체들에 돈을 빌려주면서 벌어가는 수익이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럼대학교에서 녹색전환 관련 지정학을 연구하는 새라 커누스 박사는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는 의도한 바와는 달리 뒷문으로 월가의 조세회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IRA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다. 청정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제조업 온쇼어링·리쇼어링 2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서다. 이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트럼프 스스로 해상풍력을 늘리기도 했다. 미국 해상풍력업체 연합회인 오션틱네트워크의 리즈 버독 회장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역사적인 정치적 복귀를 축하한다"며 "8년전 첫 트럼프 행정부는 미 재무부에 4억5600만달러의 수익을 안겨준 3건의 연방 임대 판매를 통해 해상풍력 산업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면서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해상풍력 공급망을 구축해 텍사스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는 IRA 폐지 명분으로 화석연료 산업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화석연료 업계는 되레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30년 전세계 석유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은 석유와 가스 생산량 1위로 과잉생산하고 있어 더 이상의 보조금으로는 업계로서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IRA를 통해 지원받는 3700억달러(약 517조원) 규모 친환경 세금감면을 활용해 수소나 탄소포집 기술에 대한 투자자금의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환경연구소장 마크 마슬린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화석연료를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친환경산업의 강력한 성장과 단순한 경제논리는 화석연료가 에너지원으로써 사용이 중단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며 "트럼프가 전환을 늦추고 다른 나라들이 행동을 미루도록 할 수는 있지만, 화석연료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명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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