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해상풍력 해법은?..."발전사업 허가전 수용성·환경성 고려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13 18:12:42
  • -
  • +
  • 인쇄
해상풍력 부지 90% 어업활동 보호구역
상생기금으로 수산업 지원책 마련해야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해상풍력 활성화 제도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서왕진TV 갈무리)


2030년 정부 목표치의 0.9%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해상풍력을 활성화하려면 주민수용성·환경성 평가 이전에 발전사업자 허가가 먼저 나는 절차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상풍력 활성화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현재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가 떨어진 91개 부지 가운데 90%가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협의해서 정한 어업활동 보호구역"이라며 "어민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하려면 먼저 특정 부지의 풍황 등 사업성 분석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해역이용협의,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인허가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실제 발전소 착공에 들어가려면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생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어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국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상업운영에 이르는 기간은 평균적으로 9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해상풍력 확산이 지체됨에 따라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충 목표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재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124.5메가와트(MW) 수준으로, 정부의 2030년 목표치인 14.3기가와트(GW)의 0.9%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91개의 사업이 계통에 연계도 되지 않은 채 송배전설비 용량의 34GW를 잡아먹고 있어 다른 재생에너지의 진입을 막고, 전력계통에 부담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정부와 주민수용성·환경성 평가를 통해 해양공간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해외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주요국은 중앙정부가 해양공간계획 단계부터 해상풍력입지계획에 대해 주민과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 대해서도 의견수렴을 2~3차례 거치고, 주기적으로 최신화시켜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네덜란드는 2억유로 규모 '전환기금'을 마련해 6년간 환경영향 모니터링과 연구 확대를 지원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해상풍력 입찰 부담금 수익의 10%를 해양보전, 수산업 보조금 등을 위한 '해양풍력 상생기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입지 사전조사를 충분하게 진행해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우리나라도 사업자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중앙정부 주도로 해상풍력을 위한 계획입지를 마련해야 한다"며 "아울러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마련된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해 피고용 어업인의 생계지원 및 직업훈련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해양생태계 영향을 더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수용성·환경성 평가를 거친 계획입지를 마련할 때에는 공유수면에 대한 정당한 이익공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양수산부 구도형 해양공간정책과 과장은 "국내 수산업은 2차 가공을 제외한 1차 경매 수익만 5조원에 달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해상풍력이 추진됨에 따라 조업량이 줄어들면 발생할 수 있는 경제피해도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어업인에 대한 이익공유 제도가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발도 심한 것"이라면서 "수산업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올해 글로벌 '기후펀드' 첫 순유출 전망...고금리·그린워싱 우려탓

2024년은 글로벌 기후펀드가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21일(현지시간) 모닝스타의 자회사이자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

[알림] 25일 'ESG포럼' 초대합니다...'기후통상과 수출기업 전략'

제조업이 많은 우리나라는 전력 탄소배출계수가 높습니다. 그만큼 전기사용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는 제품생산에 없어서

바람으로 탄소감축 실현...삼성重 '윙세일' LNG운반선 설계 인증

삼성중공업은 화석연료 대신 바람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윙 세일(Wing Sail)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해 기본설계 인증(AIP)을 받았다고 20일

KT, 서스틴베스트 ESG평가 'AA' 등급...통신업계 최고수준

KT가 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의 'ESG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를 획득했다고 20일 밝혔다.KT는 서스틴베스트 올 하반기 ESG 경영평가에

기후/환경

+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상재해 74% "기후변화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

최근 발생한 기상재해 744건 중 최소 550건이 지구온난화가 없었으면 발생하지 않았거나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18일(현지시간) 영국 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