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미국의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미국에서 호실적을 거둔 호세 무뇨스를 장재훈 사장 자리에 앉혔다. 현대차가 외국인을 CEO로 선임한 것은 창사 57년만에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국 대사 등을 지낸 성김 현대차 고문을 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내정해 대외협력과 PR까지 총괄하는 중책을 맡겼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우수한 성과 창출에 부합하는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감과 동시에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성과·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에 과감히 배치하는 등 조직 내실 강화 및 미래 전환 가속화를 함께 고려한 점이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훈 사장이 현대차 CEO에 선임된지 4년만에 완성차 다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성과주의' 기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2021년 윤여철 부회장 퇴임으로 사라졌던 현대차 부회장 자리가 3년 만에 채워졌다. 현재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유일했다.
장재훈 신임 부회장은 사장 취임 후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전동화 전환 트렌드 속에서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또 현대차의 미래성장동력인 수소 이니셔티브와 인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앞으로 장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제조·품질 등 공급망 전반을 담당하면서 완성차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장재훈 사장 자리는 호세 무뇨스 신임 사장이 이어받는다. 무뇨스 신임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등 해외권역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고,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됐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에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성김'이다. 성 김 신임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관료 출신의 최고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주한미국대사,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 등을 역임해왔다. 미국 국무부 은퇴 후 올 1월 현대차 고문으로 합류해 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 성김 사장은 앞으로 대외협력·국내외 정책동향 분석뿐 아니라 홍보·PR까지 총괄하게 된다.
현대차는 또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최준영 부사장과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규복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기아 최준영 신임 사장은 기아 국내생산담당으로서 노사 관행 개선을 통한 생산성·품질 경쟁력 확보로 기아 최고 실적 달성을 견인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신임 사장은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개선하고, 창사 이래 첫 인베스터 데이 개최 등 시장·고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주도해 왔다.
이외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 사장에는 백철승 사업추진담당 부사장이 선임됐고, 현대케피코 대표이사에는 오준동 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 상무가 부사장으로 두단계 승진해 맡는다. 건설 계열사는 이한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되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에는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대트랜시스 여수동 사장, 현대케피코 유영종 부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부사장은 고문 및 자문에 위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역량·성과를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12월 중순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육성 및 발탁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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