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등 기후재해를 겪은 생존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랜시간 기다리면 더 큰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기다리지 못하는 등 조급함이 크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샌디에이고 연구팀은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 산불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산불 생존자들은 오랜시간에 걸쳐 많은 보상을 얻는 선택보다 단기간에 적은 보상을 얻는 선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은 인간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산불이 인지기능, 특히 의사결정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75명의 참가자를 화재에 직접 노출된 그룹과 화재를 목격했지만 직접 영향을 받지 않은 그룹 그리고 비노출 대조군 등 3개 그룹으로 나눴다. 모든 참가자들은 뇌파(EEG) 기록을 받는 동안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는 의사결정 과제를 완료하도록 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승리-유지' 행동을 평가해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보상을 주는 옵션을 계속 선택하는 빈도를 측정했다. '승리-유지' 선택 지표를 통해 산불 생존자들이 장기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선택을 고수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의 주저자인 제이슨 낸 UC 샌디에이고 연구원은 "산불에 직접 노출된 참여자의 뇌는 노출되지 않은 참여자에 비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상당히 과도하게 각성됐지만 작업을 제대로 행하지는 못했다"며 "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태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기후 트라우마가 의사결정과 관련된 중요한 인지능력과 기본적인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기후재해가 빈번해지고 심각해지고 있어 재해 전후의 인지 변화를 연구하고, 기후 트라우마에 반복 노출되었을 때의 장기적 영향을 조사하고, 피해 지역사회를 위한 정신건강 개입수단을 개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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