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0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높이지 않으면, 2032년부터 반도체 산업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업 RE100과 탄소중립 달성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25일 발간한 '한국 반도체 산업,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실현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반도체 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2032년부터 공급을 초과하고, 2038년에는 부족분이 25%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국제 탈탄소 기조에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기반한 전력 수요 전망과 두 가지 공급 시나리오 BAU(현행 유지; 11차 전기본에 따름), 넷제로(적극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기반)를 설정해 반도체 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가능성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정부가 현행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인 21.6%를 유지할 경우, RE100 이행을 위한 반도체 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반도체 산업에 할당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94%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RE100을 목표로 하는 기업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이행 물량, AI 데이터센터 및 공공부문 수요 등 다른 재생에너지 수요 주체까지 고려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부족해 공급부족 문제를 더 빨리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30%로 상향하고, 연간 10GW 이상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력망에 연계될 수 있도록 이격거리 규제 해소, 인허가 개선, 계통 유연성 확보 등의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도 반도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녹색프리미엄 중심의 조달 방식에 의존할 경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8년 기준, 간접배출량은 1294만 톤 CO₂eq로 2023년 배출량과 유사한 수준에 머무르며 배출량이 2.2%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녹색프리미엄 대신 PPA(전력구매계약) 비중이 높은 경우 같은 시기에 약 24.2%의 간접배출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기업들이 PPA, 자가발전과 같이 추가성이 높은 실효적 수단 확보를 통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해외 사업장에서는 RE100을 달성했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조달 전략이나 이행 경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54% 감축, 2050년 RE100 및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해당 목표는 글로벌 총량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어 국내 사업장 단위의 감축 경로는 명확하지 않다. SK하이닉스 역시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자 전력소비 기반의 온실가스 배출이 70% 이상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산업 경쟁력 확보와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열쇠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GESI) 김보람 부연구위원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은 단순한 공급 부족을 넘어 제도적 한계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시장 구조의 미비, 높은 조달 비용, 입지 제약, 계통 유연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목표 상향과 함께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주다윤 연구원은 "이러한 제도 개선은 정부의 리더십이 필수적이지만, 기업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들은 국내 RE100 달성의 중요성을 분명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연구원은 "프로젝트 지분 투자나 PPA 체결 등 재생에너지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행동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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