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0㎜의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거리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다른 이유는 특이한 비구름대 모양 때문이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에 의해 올라온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충돌하면서 긴 띠 모양의 구름대가 발달했다. 비구름의 남북 폭이 좁은 편이라 같은 시, 군, 구에서도 비가 내리는 시간대와 강수량이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실제로 강원 철원군에는 아침부터 1시간 동안 51.5㎜의 비가 내리는 등 누적 강수량 81㎜를 기록하고, 경기 포천과 연천엔 오전 0시부터 11시까지 각각 54.5㎜, 54㎜의 비가 내려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서울은 구름대가 살짝 걸치는 수준이어서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 것이다.
다만 비구름대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서서히 이동해 이날 오후에는 전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녁부터는 주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쏟아지는데, 대량의 수증기를 머금은 비구름대가 압축된 형태로 형성됐으므로 짧은 시간에 강력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미 한차례 폭우가 퍼부었던 호남과 영남 지역에는 이날 또다시 시간당 70㎜의 극한호우가 예보됐고, 다음날까지 경기 남동부와 강원 중남부, 호남에는 최대 120㎜, 서울과 충청, 영남, 제주에는 10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비구름대는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어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에 내리는 비는 밤이면 대부분 그치겠지만 충청 남부와 남부 지방, 제주는 내일 오전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
이처럼 국지성 호우를 내리는 띠 모양 구름대가 형성된 원인으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꼽힌다. 올 6월 기준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5℃ 가량 높았고, 이로 인해 대량의 수증기가 대기로 유입됐다. 이 습한 공기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폭이 좁게 압축된 형태의 구름이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띠 모양 비구름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장마철에도 해수면 온도가 높고, 북태평양고기압이 강세를 유지해 띠 모양 구름대가 형성됐고, 그 결과 일부 지역에 갑작스럽게 퍼붓는 예측 불가능한 '기습폭우'가 쏟아졌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전례 없는 야행성 폭우와 국지성 집중호우를 부르며 날씨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이날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처럼 좁은 지역에선 작은 변수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단기 예보가 아닌 이상 날씨를 정확히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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