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공학 기술을 이용해 지구온난화를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온난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영국 엑스터대학 마틴 시거트 박사 등 기후과학 전문가 42명으로 구성된 빙하·기후 연구팀은 '위험한 지오엔지니어링으로부터 극지방 보호하기: 제안된 개념들과 미래 전망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논문을 통해 극지방 만년설을 보호하기 위한 지구공학적(지오엔지니어링) 방법론이 온난화를 막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제사회는 온난화를 막기 위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협약했지만 현재 온실가스 감축 추세로는 이 목표를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에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지구공학적 방법론이 부각되고 있다. 지구공학적 방법론으로는 따뜻한 바닷물이 극지방 대륙빙하에 닿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하는 '바다 커튼'이나 빙하에 유리구슬을 뿌려 햇빛 반사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지구공학적 방법론 5가지를 검토했다. 그 결과, 모두 실현 가능성과 효과가 불투명하며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뜻한 바닷물이 대륙 빙하에 닿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는 '바다 커튼'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해류 흐름을 인위적으로 교란시키기 때문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뜻한 바닷물이 일정구역에 몰리면 오히려 한류성 어류들을 집단 폐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햇빛 반사율을 높여 빙하가 녹지 않도록 하는 '유리구슬' 방법에 대해서는 유리구슬을 먹이로 오인한 동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유리구슬로 인해 또다른 환경오염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리조각들이 햇빛 흡수율을 오히려 높여 빙하가 녹는 속도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바닷물을 펌프로 빙하 위에 뿌려 빙하 두께를 두껍게 만드는 방안도 나왔는데, 이 방법으로 북극 전체를 덮으려면 최소 1억대의 펌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방법들이다.
이밖에도 대륙빙하에 구멍을 뚫어 그 밑에 고이는 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얼음이 바다에 흘러가는 속도를 늦추자는 제안도 있고, 철분 등 영양분을 바다에 대량 살포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이상번식시켜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자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현재 기술로는 현실성이 없고 되레 환경오염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마틴 박사는 "지오엔지니어링은 탄소감축 없이도 기후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일으켜 환경운동 반대론자나 산유국들에게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과 극지방 보호 외에 온난화를 막을 방도는 없으며, 환경생태계에 대한 의도적인 개입은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만 낳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사이언스'(Frontiers in Science)에 9월 9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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