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확대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국정감사에서 'ESG워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12일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까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키움증권'과 '흥국증권'을 거래증권사로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흥국증권은 올해 하반기에도 거래증권사로 선정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매년 상·하반기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를 선정해 발표한다. 대규모 운용 자금으로 인해 거래증권사로 선정되는 것은 시장의 신뢰와 평판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한 거래수수료가 증권사 법인영업 수익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2023년 하반기부터 ESG 배점을 기존 5점에서 10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상향하고, 평가 항목 명칭도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서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변경하며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연금이 거래증권사 수를 축소하면서 증권사간 경쟁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상위권을 구분 짓는 핵심 요소로서 'ESG 평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선정 결과는 ESG 원칙과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흥국증권과 키움증권은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삼척석탄발전소) 공모채의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연간 약 128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초대형 석탄발전소로, 국제 금융기관과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탈석탄 방침에 따라 철수한 사업이다.
2021~2023년 발행된 삼척블루파워 공모채(총 1조2500억원) 가운데 약 70%는 '반(反)ESG 채권'으로 낙인찍혀 매각되지 않았고, 2024년 말 총액인수 약정이 종료되자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철수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삼척블루파워의 대표 주관사로 채권 발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발행한 채권 대부분은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경단체들로부터 '탈석탄 기조 역행', '기후위험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같은 시기인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로 지속 선정됐다.
이후 2025년 4월과 8월 삼척블루파워 채권 발행에서는 흥국증권이 키움증권과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으며, 흥국증권도 올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이 거래증권사 선정에 있어 ESG 강화를 선언했으나, '반ESG'로 비판받은 증권사가 거래사로 선정된 것은 ESG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같은 문제는 국민연금의 ESG 평가 전반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로 공시한 자산 중 약 97%가 실제 ESG 반영이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기후솔루션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이 ESG 투자 강화와 석탄투자 제한을 내세우면서 석탄발전소 채권을 개인에게 판매한 증권사를 거래 파트너로 유지한 것은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거래증권사 선정 전 과정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ESG 원칙을 위반한 증권사에 대한 명확한 배제 기준과 사후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기준에서 ESG 항목이 정량평가에만 포함돼있어, 증권사의 실제 ESG 경영 태도나 리스크 대응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성평가 영역에도 ESG 관련 항목을 신설하고, ESG 컨트로버시(ESG평가에서 부정적인 사건·사고)가 발생한 증권사는 일정 기간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제외하는 등 제재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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