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용량요금 제도가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화력발전소까지 운영을 보장하며 사실상 '화력발전 보조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석연료 발전을 보조하는 용량요금 지급구조에 대한 개편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정비요청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규제정비요청은 현실과 맞지 않거나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법령·제도를 고쳐달라고 정부에 공식 제안하는 제도다.
단체들은 전기요금에 포함된 용량요금이 화력발전 가동을 실제 전력 생산여부와 무관하게 뒷받침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도가 곧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한전의 총 전력구매비용 73조7807억원 중 용량정산금은 8조2274억원으로 전체의 11.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4.8%인 6조1546억원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에 지급되고 있다. 이는 전체 전력구매비용의 약 8.3%가 발전여부와 무관하게 화석연료 발전의 고정비 보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솔루션 최호연 변호사는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는 변호사이자 전기를 쓰는 한 명의 소비자로서, 노후 화력발전소 퇴출 지연의 공범으로 만드는 현행 용량요금 제도의 정비를 요청하는 규제정비신청서를 72명의 전기소비자들과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1997년 기준 비용에 물가상승률을 지속해서 반영한 기준용량가격, 환경기여도가 삭제된 성과연동형용량가격계수, 실제 발전 여부와 무관한 지급 구조로 인해 화력발전소가 최소 30년 동안 연금처럼 용량요금을 받아가는 상황"이라며 "이는 노후 화력발전소의 시장 잔존을 허용해 기후위기 대응과 석탄발전 조기 퇴출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서아론 국장은 "용량요금은 본래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한 고정비 보전 장치였지만, 실제 발전량과 관계없이 '준비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되는 구조여서 노후 석탄화력을 붙잡는 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결과 석탄화력의 단계적 퇴출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시장 신호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용량요금은 전력시장 정산을 통해 결국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력구입비로 반영돼 전기요금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자가 더 이상 수명을 다한 석탄발전의 유지비를 부담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규제정비요청서 신청인 정영란 씨는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는 평범한 소비자로서, 내가 낸 전기요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느꼈다"며 "에너지 전환이 늦어질수록 그 부담은 요금 인상, 에너지 가격 불안, 기후재난과 건강 피해로 소비자에게 돌아온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자는 더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전환을 늦추는 구조를 유지하는 데까지 비용을 낼 이유는 없다"며 "전기요금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이재명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100GW 확대라는 분명한 국정 목표를 제시한 만큼, 전력시장 보상체계 역시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방향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용량요금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정규제임을 인정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준용량가격을 재산정하고 환경기여도를 재도입해야 하며, 전력시장 보상제도를 개편해 전기요금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체계에 활용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이번 규제정비요청은 단순한 요금 인하 요구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가로막는 제도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전기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문제 제기"라며 "용량요금 제도가 더 이상 화력발전의 연명을 돕는 보조금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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