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환경이 탄소규제와 지속가능성 기준을 앞세워 글로벌 무역정책을 재편하는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무역 환경은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후·환경 요소가 무역 정책 설계의 중심 기준으로 작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단순히 교역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탄소배출과 환경비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국가간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각국이 무역 정책을 수립할 때 관세와 물량뿐 아니라 탄소 규제, 환경 기준, 지속가능성 요건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후정책은 더 이상 국내 환경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국경을 넘어 교역질서를 규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꼽힌다.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이 제도는 환경 정책이면서 동시에 사실상의 무역장벽으로 기능한다. UNCTAD는 이러한 제도가 확산될 경우, 각국 기업의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입지와 생산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무역과 기후정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각국은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투자 정책을 동시에 조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후대응 비용이 산업 전략과 교역 전략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유무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환경 기준을 전제로 한 새로운 무역 규범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본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탄소 규제에 노출된 산업과 기업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무역 정책 변화가 곧 기업 가치와 투자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무역 규제가 환경 기준과 결합되면서, 기후리스크는 재무 리스크로 직결되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UNCTAD는 다만 환경 규제가 새로운 불균형을 낳을 가능성도 함께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탄소 규제에 대응할 제도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무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기후 대응과 무역 정책을 연계하되, 기술이전과 재정지원을 포함한 포용적 국제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두고 "무역의 기준이 가격과 물량 중심에서 탄소와 환경 비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후정책은 더 이상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글로벌 교역 질서를 규정하는 새로운 규칙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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