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하면서, 유럽 에너지 정책의 중심축이 가스에서 재생에너지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각료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번 결정에 따라 EU는 2027년 말까지 러시아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추진돼온 '탈(脫)러시아 에너지' 전략을 제도적으로 확정한 동시에, 화석연료 의존을 구조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EU의 장기 에너지 전환 방향을 분명히 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EU는 이미 러시아산 석탄과 원유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해 왔지만, 천연가스는 전력·난방·산업 전반에 걸친 의존도가 높아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했다. 다만 이번 법안 통과로 천연가스 역시 중장기적으로 축소 대상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공식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이번 조치가 러시아 가스 공백을 단순히 다른 화석연료로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시스템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EU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과 함께 전력망 보강, 에너지 저장장치 투자 등을 병행하며 가스 발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이미 전력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EU 전력 생산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까지 확대됐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전력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스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전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유럽 주요 10개국이 북해에 총 100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전력망을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한 점이 거론된다. 영국·독일·프랑스·덴마크·벨기에·네덜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룩셈부르크·스웨덴은 각국 해상풍력 단지를 해저 송전망으로 연결해 전력을 공동 활용하는 다국적 전력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해상풍력을 개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발전 설비와 송전망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풍력 발전량 변동에 따른 전력 공급 불안을 줄이고, 가스 발전에 의존하던 전력 조정 기능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결정은 최근 유럽이 다시 겪은 가스 공급 불안과도 맞물려 있다. 올겨울 북미 지역 한파와 글로벌 LNG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유럽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저장량 감소와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가스 의존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에너지 안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산업계 부담이 과제로 남는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비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러시아 가스 수입 금지 결정은 EU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가스 확보'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시스템 구축'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재를 넘어, 유럽 에너지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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