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한 여름의 끝에 선선해진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어릴적 동네 강둑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생각이 납니다. 여리여리한 가느다란 줄기 위에 하늘거리며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왠지모를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코스모스는 9월에 피는 대표적인 가을꽃이었지만 지금은 품종이 개량되어 6월에서 10월까지 오랫동안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국화과 한해살이풀로 중앙의 노랑색 관상화에 혀모양의 설상화가 6~8장 달립니다. 꽃잎 끝이 톱니모양으로 갈라지는 게 특징입니다. 높이는 1~1.5미터 정도이며 꽃시장에서는 흰색, 핑크색, 크림색, 자주색 등 다양 컬러를 믹스한 묶음이 인기가 좋습니다.
코스모스는 신이 세상을 만들고 좀 더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만든 꽃이라고 해요. 그리스어 '코스모스'(Kosmos)는 '카오스'(Kaos)의 반대말로 '질서' '조화'를 의미합니다. 신이 처음 만든 꽃이라서인지 비례와 균형미에 우아함까지 담고 있는 듯 하네요.
꽃을 선물하는 분들은 대개 꽃말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으로 순수하고 가녀린 이미지까지 더해져 특히 남성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코스모스를 닮은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코스모스 있나요?'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참 로맨틱하지요? 코스모스를 닮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연약하기보다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유연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합니다.
코스모스 꽃다발을 만들때 코스모스의 가볍고 여린분위기를 잘 살리기 위해 제가 즐겨 사용하는 서브소재는 안개꽃입니다. 안개꽃을 먼저 동그랗게 모아 잡고 묶은 후에 안개꽃위로 코스모스를 높낮이에 변화를 주면서 자유롭게 꽂아요. 안개꽃이 오아시스처럼 꽃을 고정하는 역할을 해주어서 코스모스만 잡는 것보다 더 쉽게 잡을 수 있죠. 좀 더 경쾌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톡톡튀고 방울같은 천일홍을 더 해줍니다. 마지막 마무리는 전체 다발을 보호하듯 레몬잎으로 감싸주고 바인딩 포인트를 묶어주면 됩니다.
가을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요즘,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면 방문 선물로 코스모스 화병꽂이는 어떨까요? 화병 그대로 집안 어디든 놓을 수 있어서 가을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어요. 모두들 코스모스 화병을 보며 잠시 사색에 잠기게 만들어준답니다.
화병에 꽂은 코스모스를 오래 보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들에 핀 것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빨리 꽃이 지게됩니다. 시들해진 꽃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생명력을 최대한 유지시켜 주세요.
코스모스를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제철에 신선한 코스모스를 저렴하게 구입해 압화로 만드는 것입니다. 압화는 꽃과 잎을 눌러 건조시킨 것으로 싱싱할 때 누를수록 고유의 색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손글씨로 쓴 메시지를 담은 압화 카드와 액자는 언제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의미있는 선물로도 인기가 높아요. 직접 압화 소재를 준비하기 어려울 때는 다양한 재료를 갖춘 플라워샵의 압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전지훈 작가(플로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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